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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14억 중국, 인구 줄어서 고민…미중 경쟁에 불리해지나

등록 2023-01-30 07:00수정 2023-01-30 18:19

최현준의 디비딥 차이나
23일 중국 베이징의 위안밍위안 공원에서 아이들이 놀이기구를 타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23일 중국 베이징의 위안밍위안 공원에서 아이들이 놀이기구를 타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중국 인구가 사상 처음 14억명을 넘은 것은 2017년(14억11만명)이었다. 중국 정부는 겉으론 이를 축하했지만 속으로 웃을 순 없었다. 이때부터 중국의 인구 증가세가 본격적으로 꺾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해에 늘어난 인구는 779만명으로, 전년도(906만명)보다 120만명 이상 줄었다. ‘인구 대국’ 중국의 고민이 깊어지는 순간이었다.

우려는 금세 현실이 됐다. 중국 인구는 2018년 530만명, 2020년 204만명 증가했고, 2021년엔 48만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어 지난 17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2021년 말 기준 14억1260만명에서 2022년 말 기준 14억1175만명으로 중국 인구가 85만명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전세계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중국의 인구가 줄어든 것은 ‘대약진 운동’의 실패로 수천만명이 굶어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1961년 이후 무려 61년 만이었다.

5년 만에 신생아 절반 수준 감소…“애 키우기 어려워”

중국 인구가 줄어드는 원인은 단순 명쾌하다. 아이들이 덜 태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이후 중국의 한해 사망자 수는 900만~1천만명대로 비교적 고른 편이지만, 신생아 수는 2017년 1770만명, 2020년 1203만명, 2022년 956만명으로 가파르게 줄었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인구 감소분은 200만명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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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올해 31살이 된 왕징징(가명)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결혼은 하고 싶지만, 웬만하면 애는 낳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아이를 낳으면 여성이 포기할 일이 많아지고, 특히 남편이 육아에 소극적일 경우 여성이 더욱 힘들어진다.” 초등학생 아들이 있는 여성 양둥(가명·35)도 “아이는 한 명이면 족하다”고 했다. 그는 “아이 교육비와 양육비가 너무 많이 든다. 물가가 워낙 비싸 부부가 함께 벌어도 아이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결혼 자체도 줄고 있다. 2021년 중국의 초혼자 수는 1157만명으로, 2013년 2385만명에서 꼭 절반으로 줄었다. 2021년 합계출산율이 고작 0.81명인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한 사회 현상이 중국에서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크게 다른 점이 있다. 중국에선 다른 나라와 견줘 비교적 낮은 경제 수준에서 출산율 저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에서 신생아 수가 본격 감소하기 시작한 2017년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8816달러였다. 한국은 1인당 지디피가 1만3천달러대였던 1997년 1인당 합계출산율이 1.54명, 일본은 1인당 지디피가 3만1414달러에 달하던 1992년 1인당 합계출산율이 1.5명 아래로 떨어졌다. 중국은 2019년 합계출산율이 1.50명을 기록했는데, 이때 중국의 1인당 지디피는 1만143달러였다. 물가 상승과 달러화 가치 하락 등을 고려하면 중국의 출산율 감소는 한국·일본보다 훨씬 낮은 경제 수준에서 발생한 것이다.

베이징·상하이 등, 한국·일본과 소득·주거비용 비슷

하지만 중국 내부 상황을 보면 또 다른 그림이 보인다. 중국 전체의 평균 소득은 한국·일본에 못 미치지만, 경제가 발전한 주요 대도시와 동부 연안 지역의 소득과 생활 수준은 한·일과 비슷하거나 앞서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특히 중국의 주요 도시인 베이징과 상하이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한국과 비교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수도 베이징의 2021년 1인당 국내총생산은 18만3980위안(3352만원)으로, 중국 전체 평균(8만976위안, 1476만원)의 2배가 넘고, 상하이의 1인당 국내총생산도 17만3630위안(3163만원)으로 평균의 2배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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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지역은 주택 가격도 서울이나 일본 수도권과 비슷하다. 2021년 베이징 주택의 1㎡당 평균 가격은 4만6941위안(856만원)으로, 평당 가격은 2800만원이 넘는다. 상하이도 주택 1㎡당 가격이 4만974위안(747만원)으로, 1평당 2400만원에 이른다. 같은 해 서울 아파트의 1평당 평균 매맷값은 3294만원이었고, 일본 수도권 신축 아파트의 1평당 매맷값은 3722만원이었다. 사교육비도 마찬가지다. 중국 주요 도시에서 중고생이 영어나 수학 과외를 받으려면 1시간당 300~500위안(5만4천~9만1천원)을 내야 한다. 주 2회씩 4주 동안 과외를 할 경우 40만~70만원의 과외비가 든다. 세계 최고 수준인 빈부 격차 탓에 전체 평균은 낮지만 사회 전반의 소득·소비 수준은 선진국 문턱에 도달해 있는 셈이다.

18일 중국 광둥성 선전 북역에서 주민들이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선전/신화 연합뉴스
18일 중국 광둥성 선전 북역에서 주민들이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선전/신화 연합뉴스

미국 “우리와 경쟁에 불리한 요소”…중국 “당황할 필요 없어”

중국의 인구 감소는 현재 치열하게 진행 중인 미국과의 전략 경쟁에서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자 ‘세계의 시장’, 세계 최대 무역국의 자리에 올라 미국을 바짝 뒤쫓는 세계 2위 강대국이 된 핵심 요인이 바로 14억명의 인구였기 때문이다. 막대한 인구를 바탕으로 20년 이상 7~10%의 고도성장을 이어온 중국은 2035년엔 경제 규모에서 미국을 추월하고,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100주년이 되는 2049년에는 모든 면에서 미국을 뛰어넘는 세계 최강국이 된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미국 등 서구 언론과 학계는 중국의 인구가 이미 감소하기 시작해 이런 구상이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 예상한다. <뉴욕 타임스>는 중국이 인구 감소와 성장 둔화에도 여전히 경제 대국으로서 국제사회에서 중대한 역할을 하겠지만, 미국처럼 부유하고 영향력이 있는 진정한 ‘초강대국’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이런 지적이 ‘기우’라는 입장이다.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최근 기사에서 “일부 서방 언론이 인구 감소로 중국의 붕괴를 증명하려고 하는데 중국은 인구 때문에 당황할 필요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유엔(UN)의 ‘세계 인구전망 2022’를 보면 중국 인구는 2050년까지 여전히 13억명 이상으로 유지될 것”이라며 향후 30년 동안 중국의 인구는 완만하게 감소하고, 중국은 여전히 ​​거대한 시장으로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중국의 대학은 현재 매년 약 1천만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고, 중국의 인구 우위가 양에서 질로 이동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의 도시화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중국이 여유를 부리는 요인 중 하나다. 중국 통계국 발표를 보면, 지난해 말 중국의 도시 인구는 9억2071만명, 농촌 인구는 4억9104만명으로 도시화율은 65.22%였다. 이는 세계 평균 도시화율인 51.7%(2020년 기준)보다 높지만, 한국의 도시화율 81.9%(2021년), 일본 도시화율 90% 이상보다 크게 낮다.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할 수 있는 예비노동자가 아직 많다는 게 중국 정부와 학계의 주장이다.

중국 당국도 2021년 ‘3자녀 출산’을 허용하는 등 인구 감소와 관련해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몇몇 지방자치단체가 아이를 낳으면 보조금을 지원해 주고, 주택을 지원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한국이나 선진국에서 광범위하게 시행되는 직장 육아휴직 등은 아직 보편화되지 않았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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