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일 중국을 방문할 것으로 보이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방중 기간에 중국과 우크라이나 전쟁과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문제 등을 논의한다. 미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은 2018년 이후 처음이다.
1일 <로이터> 통신 등 보도를 보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그(블링컨 장관)가 방중하는 동안 거론할 것으로 기대하는 이슈 중 하나”라며 “블링컨 장관은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취소된 군사 및 기후변화와 같은 여러 문제에 대한 회담의 복구 또는 활성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이 시작된 뒤 미국은 중국에 러시아를 돕지 말라는 요구를 거듭해왔고, 기후 문제는 양국 협력이 꼭 필요한 핵심적인 ‘글로벌 과제’다. 미 국무장관이 중국에 가는 것은 2018년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 이후 처음이다.
미 국무부는 아직 공식 일정을 발표하진 않았지만, 미 언론들은 1월 중순부터 블링컨 장관이 5~6일 이틀 동안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다고 전했다. 이 방중이 실현된 것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펠로시의 지난해 8월 대만 방문 이후 끊긴 양국 간 소통 채널을 회복하자고 합의했기 때문이다. 블링컨 장관은 친강 신임 중국 외교부장(장관)과 만나 양국 간 중요 현안을 논의하게 된다.
하지만 이 방문을 통해 전방위적인 치열한 전략 경쟁에 돌입한 두 대국이 의미 있는 관계 개선의 계기를 잡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소리>(VOA)는 31일 블링컨 장관의 중국 방문에 대한 전망 기사에서 전문가들을 인용해 “블링컨 장관이 곧 베이징을 방문한다는 사실이 양국 관계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전했다. 블링컨 장관 자신도 1월 시카고 대학 강연에서 “미-중 사이의 긴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양국 간에 소통 채널을 여는 것이 관계의 안전장치(가드레일)가 된다”고만 말했다. 실제 두 나라는 안보(대만해협)와 기술(반도체 등 첨단산업) 등에서 치열한 갈등을 이어가면서도 지난해 11월 정상회담을 통해 고위급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우크라이나에서 핵을 사용하거나 이를 통한 위협을 하면 안 된다는 두가지 문제에 대해 의견 일치를 이뤘다.
중국 외교부는 블링컨 장관의 방문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1일 정례 브리핑에서 블링컨 장관이 방중 예정이라는 미 언론의 보도에 “중국은 블링컨 장관의 방문을 환영한다. 중국은 미국이 중국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갖고, 대립보다 대화를 지지하며, 제로섬보다는 윈윈을 지지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1일 논평에서 “중·미와 같은 대국은 커다란 원칙적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원칙이 있어야 방향이 있고 방향이 있어야 의견 차이를 처리하며 협력을 확대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미·중 공존을 위해 시 주석이 제시한 상호존중, 평화공존, 협력상생의 세가지 원칙을 강조했다. 이는 블링컨 장관이 방중 기간 중 하게 될 여러 회담에서 중국이 제시하게 될 기본 원칙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