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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한국서 모국 아픔 본 제렌 “정부가 빨리 움직였다면…” [영상]

등록 2023-02-17 16:45수정 2023-02-17 17:54

튀르키예인 제렌 악프날 인터뷰

지난 6일, 규모 7.8의 대지진이 튀르키예 동남부와 시리아 북부를 강타했다. 도시는 하루 아침에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무너지는 건물 앞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는 사람들, 건물 잔해에 깔려 구조를 호소하는 아이들 등 지진 피해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지며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절망이 이어졌지만 희망도 있었다. 구조 골든타임인 ‘72시간’이 지난 후에도 ‘기적의 구조’는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튀르키예 하타이주에서 209시간만에 시리아계 일가족이, 카흐라만마라시주에서 222시간만에 42살 튀르키예인이, 하타이주에서 229시간만에 13살 소년이 생환하는 등 구조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지금, 한국에 거주 중인 튀르키예인들은 어떤 마음일까. 튀르키예인 제렌 악프날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게 진짜 일어난 일인가 믿을 수 없어”

한국에 거주한지 7년째라고 자신을 소개한 제렌(27)은 무거운 마음으로 현재 심경을 밝혔다. 이스탄불에 있는 그의 가족은 지진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언제 어디서 지진이 일어날 지 모르는 상태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진 소식을 들은 다음 날부터 “어떤 영상과 사진을 봐도 마음이 아프고 충격적이라 SNS를 일부러 보지 않으려고 했다”며 자신을 비롯해 튀르키예 내에서도 이 상황을 심리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고 전했다.

구조 소식 기뻤지만…살아 남은 이들 걱정돼

간간히 들려오는 구조 소식에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생존 그 이후’도 큰 문제기 때문이다. 튀르키예 동남부 지역의 경우 일가친척들이 한 아파트 단지에 모여 사는 문화가 자리잡혀 있다. 그는 “아이들이 부모만 잃은게 아니라 가족 전체를 잃었을 수 있다”며 혼자 살아남은 아이들의 미래와 지진 피해자들의 심리적인 문제를 우려했다.

슬픔에 빠진 튀르키예…“불안 증세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

최근 100년 사이 튀르키예에서 발생한 최악의 대지진을 지켜보며 튀르키예 국민들은 정신적 충격에 시달리고 있다. “친구의 친구의 경우 지진 지역에 있던 시부모님이 구조되길 계속 기다렸지만, 결국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이들이 큰 충격과 슬픔에 빠져있다고 했다. 직접 지진을 목격하거나 경험한 사람들을 비롯해 피해 소식을 간접적으로 전해 들은 이들까지 불안 증세로 병원을 찾는 등 튀르키예 전체가 대지진으로 고통받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도 튀르키예 국민들은 지진 지역 피해 주민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며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애쓰고 있다”고도 전했다.

35시간만의 비상사태 선포…“조금 더 빨리 움직였다면”

제렌은 “조금만 더 빨리 움직였다면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란 사실에 가장 화가 난다고 했다. 그는 튀르키예 정부가 35시간만에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구조를 위한 움직임이 늦어졌다고 지적했다. 피해 지역이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데다 도로 등 인프라가 붕괴된 점도 늦은 구조의 변수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튀르키예 정부가 “튀르키예가 지진 지역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며 “내진 설계를 비롯해 전문가의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튀르키예, 멀리서도 함께

그는 최근 화제가 된 한국 일러스트 작가 명민호의 그림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국 전쟁에 참전한 튀르키예 군인이 전쟁 중 고아가 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과 튀르키예 실종자 수색에 파견된 한국 긴급구호대원(KDRT)이 아이에게 물을 건네는 모습을 대비한 2장의 그림은 “(한국과 튀르키예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마음은 함께 있다는 걸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 거주 중인 튀르키예인들도 튀르키예와 함께 하고 있다. 이들은 지진 소식을 처음 들었던 6일 오전부터 튀르키예에 필요한 구호 물품이나 기부 방법, 자원봉사 활동에 대한 정보를 나눴다. 개인 SNS에 계속해서 튀르키예 소식을 공유하고, 물류센터에 가서 지진 현장으로 보낼 박스 속 물품을 분류하는 작업에 앞장섰다. 인력이 부족한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에서 문의 전화에 대응하기도 한다. 7400km 떨어진 한국 땅에서 각자만의 방식으로 튀르키예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이다. 제렌은 이어 생존자들이 ‘2차 재난’에 직면하지 않도록 “기부금과 구호 물품을 전달하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현실적인 도움 방법”이라며 피해자들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

글 최문정 기자 anna.choi@hani.co.kr, 영상 박승연 PD ye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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