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스크린에 나오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13일 열흘 간의 일정을 마치고 끝났다. 이번 양회의 가장 큰 특징은 향후 5년 동안 중국을 이끌 시진핑 집권 3기 체제를 완성했다는 점이다.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20차 당 대회)에서 중국 역사상 처음으로 당 총서기직을 3연임한 데 이어, 이번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만장일치로 중국 국가원수인 국가주석직 3연임을 결정지었다. 시 주석은 이어 국무원에 최측근들을 대거 기용했고, 주요 과제를 당이 맡도록 하는 조직 정비도 마쳤다. 당과 정부를 장악한 시 주석은 “금세기 중반까지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하겠다”며 미국을 뛰어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번 양회에서 시 주석은 당에 이어 정부에 충성파를 배치했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행정부 수반인 국무원 총리에 오른 리창이다. 그는 시 주석이 저장성 성장과 당 서기(2002~2007년) 시절 비서실장 역할을 맡았고, 이후 고속 승진했다. 지난해 상하이시 당 서기 때 장기봉쇄의 책임자로 낙마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지난해 당 대회에서 서열 2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되며 시 주석의 강력한 신뢰를 확인했다. 국무원 부총리 4명 중 수석 부총리를 맡은 딩쉐샹 역시 시 주석의 상하이시 당 서기 시절 비서실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국무원의 ‘원투’ 펀치가 모두 시 주석 비서실장 출신으로 채워졌다. 금융 분야 부총리를 맡은 허리펑 역시 시 주석의 부하로 오랜 인연을 맺었다.
중국 국회 격인 전인대의 상무위원장과 최고 자문기구인 정협 주석도 ‘시진핑 2기’에서 주요 역할을 맡았던 자오러지 상무위원과 왕후닝 상무위원이 각각 선출됐고, 이외에 군부 조직과 국무위원 등에도 시 주석의 측근들이 대거 기용됐다.
리창(오른쪽 둘째) 중국 국무원 총리가 13일 전인대 폐막식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손을 펼쳐 보이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이번 양회에서 핵심 분야를 당으로 이관하는 방식의 당정 간 조직 개편도 이뤄졌다. 시 주석을 중심으로, 당이 정부를 이끄는 ‘당강정약’ 기조가 더욱 분명해졌고, 전반적인 사회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행정부가 담당하던 금융·과학기술·홍콩 관련 업무 등이 당 산하로 이관됐다. 공산당에 금융 안정 및 발전을 총괄할 중앙금융위원회가 신설됐고, 국가 과학기술 발전 전략 등을 총괄할 중앙과학기술위원회도 만들어졌다. 중국의 성장을 이끌고 뒷받침할 핵심 분야인 금융과 과학 기술 분야를 당이 직접 챙긴다는 의미다. 금융 분야는 선진국 등에 비해 상당히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과학기술 분야는 미국의 집중 견제 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국무원 산하에 데이터 관련 업무를 한곳으로 모은 국가데이터국이 신설돼 온라인 관리 및 통제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은 경제 분야에서 올해 ‘5% 안팎’ 성장 목표를 제시하는 등 안정 중심의 기조를 예고했다. 중국은 지난해 3.0% 성장에 그쳐, 올해 기저효과 등을 감안해 5% 중반에서 6%의 목표를 내걸 것으로 예상했으나, 다소 낮았다. 리커창 전 총리는 지난 5일 전인대 개막식 연설에서 “올해는 경제 안정을 우선시하면서 발전을 추구할 것”이라며 “정책은 일관성과 목표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외부 변수가 큰 상황에서 무리해서 경제 성장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애초 교체가 예상됐던 이강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총재가 그대로 유임됐고, 국무원 소속 재정부장(장관)과 상무부장(장관)도 자리를 유지했는데, 이 역시 안정 중심의 발전 기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 온라인으로 열린 ‘중국공산당과 세계정당 고위급 대화’에서 각국 지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외교 분야에서는 미국 중심 질서를 탈피해 자체 질서를 만들겠다는 방향을 밝혔다. 친강 외교부장(장관)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계속 폭주하면 재앙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하는 한편, 유럽에 대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심화할 것”이며 러시아와는 “한 차원 높은 수준에서 계속 전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견제하면서, 유럽과 러시아 등에 대해서는 협력을 예고한 것이다.
특히 시 주석은 적극적인 세계 평화 중재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다음 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이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화된 우크라이나 전쟁의 평화협상을 중재하는 데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선 모양새다. 중국은 양회가 한창 열리던 지난 10일에도 중동의 두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을 베이징으로 불러 외교 관계 복원을 중재해 냈다. 이어 시 주석은 지난 15일 전 세계 150여 개국의 정당 지도자들과의 온라인 회의를 열고 ‘문명’을 주제로 한 국제 협의체인 ‘글로벌 문명 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2021년에는 글로벌 개발 이니셔티브를 제안했고, 지난해에는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를 만드는 등 미국에 대항한 중국식 국제 질서를 만들려는 노력을 해왔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