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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122조원 쏟은 ‘시진핑 신도시’…국가주도 개발, 성공은 미지수

등록 2023-06-01 05:00수정 2023-06-01 16:58

[현장] 허베이성 슝안 지구
지난 26일 중국 허베이성 슝안 신도시의 상업지구 거리. 최현준 특파원
지난 26일 중국 허베이성 슝안 신도시의 상업지구 거리. 최현준 특파원

“2~3년 전만 해도 근처가 다 농지였어요. 지금 보면 그때가 잘 상상이 안돼요.”

중국 베이징에서 남서쪽으로 100㎞ 떨어진 허베이성 슝안, 지난 26일 이곳에서 만난 주민 캉은 이른바 ‘시진핑 신도시’라 불리는 슝안의 변화가 대견한 듯 웃으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슝안 외곽에는 반듯한 아파트 단지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고, 중심부에는 각종 상업지구와 디지털센터, 시민서비스센터 건물 등이 우뚝 서 있었다. 캉은 “앞으로 1~2년 뒤에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입주하면 변화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네모 모양으로 반듯하게 구획된 슝안 거리 곳곳에는 ‘천년대계 국가대사’, ‘자신자강 수정창신’ 등 신도시 건설에 힘쓰자는 내용의 펼침막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0일 이곳을 다녀간 뒤 남겨진 흔적이었다. 벌써 세차례 슝안을 찾은 시 주석은 이날 “높은 수준의 현대 도시가 땅에서 솟아오르는 기적을 이뤘다. 심각한 팬데믹 속에서 달성한 전례 없는 성과”라고 칭찬했다. 중국 관영언론도 슝안의 장밋빛 미래에 대한 기획 기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2017년 개발을 시작한 슝안은 현재 건설 중으로, 성공·실패 여부를 따지긴 어려워 보였다. 슝안 외곽의 아파트 단지나 중심부의 각종 상업지구, 시민서비스센터 등은 완공된 지 1~2년은 족히 돼 보였지만 상당수가 출입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아시아 최대 규모 기차역이라는 슝안역도 베이징과 슝안을 50분 만에 오가는 전용 고속철도까지 놓았지만 고요함이 느껴질 정도로 이용자가 적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장기 봉쇄와 부동산 침체의 그늘을 슝안도 피해가지 못한 탓이다.

지난 26일 중국 허베이성 슝안 신도시의 주거지역 거리에 ‘천년대계 국가대사’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최현준 특파원
지난 26일 중국 허베이성 슝안 신도시의 주거지역 거리에 ‘천년대계 국가대사’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최현준 특파원

슝안 신도시는 수도 베이징의 기능 분산을 목표로 시진핑 2기 시작점인 2017년 막을 올렸다. 하지만 실제 의미는 수도 기능의 분산 이상이다. 서울 면적(605㎢)의 세배인 1770㎢의 땅에 디지털·친환경·혁신 등 중국공산당이 내세우는 현대화 과제를 압축했다. 시 주석이 제시하는 중국의 미래 도시상을 보여주는 셈이다. 슝안이 시진핑 신도시라 불리는 까닭이다.

정치·역사적인 의미도 적지 않다. 시 주석은 슝안 신도시 개발을 통해 덩샤오핑의 선전특구 개발(1980년), 장쩌민의 상하이 푸둥신구 개발(1990년)과 어깨를 견주려 한다. 선전특구는 중국 개혁·개방의 시작점이고, 상하이 푸둥신구는 이를 가속화하는 의미가 있다면, 슝안 신도시는 시진핑의 어젠다인 중국식 사회주의 현대화가 구현된 장소라 할 수 있다. 시 주석은 2035년을 중국이 경제 규모에서 미국을 추월하는 ‘사회주의 현대화’ 달성의 시기로 내걸었는데, 슝안이 그 모델 도시로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슝안 신도시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디지털’이다. 5세대 이동통신(5G)과 인공지능(AI) 인프라 위에 디지털 위안화, 디지털 도로, 무인 차량 등 중국이 자랑하는 디지털 기술을 모두 활용한 디지털 세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대표 사례는 이날 <한겨레> 취재진이 탑승해본 자율주행버스였다. 8인승 버스가 슝안 주택가 약 4㎞ 거리를 시속 25~30㎞로 24분 동안 달린다. 아직 시범운행 단계로 아침 6시부터 밤 9시까지 하루 30차례 배차된다. 버스는 예정된 정류장엔 부드럽게 진입해 정차했지만, 오토바이 등과 가까워질 때는 불편함이 느껴질 정도로 거칠게 멈춰섰다. 속도가 느리고 코스가 짧은 탓인지, 이날 취재진이 탄 버스에 다른 승객은 없었다.

버스엔 돌발 상황에 대비해 수동 조종을 할 수 있는 관리원이 한명 탑승하고 있다. 그는 조이스틱을 이용해 장애물이 있는 거리 등에서 수동으로 버스를 조종했다. 이 관리원은 “중국 법률상 자율주행차에는 관리원이 한명 타야 한다”며 “대부분 자동 주행을 하고, 장애물 등이 나올 때만 수동 주행을 한다”고 말했다. 아직 완벽한 자율주행은 아닌 셈이다.

지난 26일 중국 허베이성 슝안 신도시에 자율주행버스가 움직이고 있다. 최현준 특파원
지난 26일 중국 허베이성 슝안 신도시에 자율주행버스가 움직이고 있다. 최현준 특파원

중국 당국은 ‘시진핑 신도시’의 성공을 위해 막대한 자금과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 슝안 관리위원회 누리집 등을 보면 지난해까지 240여개 프로젝트에 5100억위안(약 94조7천억원)이 투자됐고, 올해 30여개 프로젝트에 1500억위안(약 27조8천억원)이 추가 투입될 예정이다. 도로·교통 등 인프라 투자까지 포함한 총 투자액은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는데, 중국 일부에서는 30조위안 이상 투자됐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현재 국유기업 140곳이 들어왔고, 수천개의 정보기술(IT) 회사들이 입주를 신청했다.

슝안에 들이는 시 주석의 관심과 노력을 보면, 이 도시는 중국식 발전을 보여주는 모델로 성장할 수 있을 듯했다. 하지만 선전과 푸둥신구 등을 뛰어넘는 중국의 새 랜드마크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선전과 푸둥이 중국의 개혁·개방과 역동적인 에너지를 상징하는 곳이라면, 슝안은 정부 주도의 권위주의 발전을 상징하는 공간처럼 보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0일 허베이성 슝안을 방문해 주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신화통신 누리집 갈무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0일 허베이성 슝안을 방문해 주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신화통신 누리집 갈무리

지난 26일 중국 허베이성 슝안 신도시의 자율주행버스에서 관리원이 운행을 살피고 있다. 최현준 특파원
지난 26일 중국 허베이성 슝안 신도시의 자율주행버스에서 관리원이 운행을 살피고 있다. 최현준 특파원

지난 26일 중국 허베이성 슝안 신도시의 슝안역. 면적 160만㎡로 아시아 최대 역이라고 하지만 아직 이용객이 별로 없다. 최현준 특파원
지난 26일 중국 허베이성 슝안 신도시의 슝안역. 면적 160만㎡로 아시아 최대 역이라고 하지만 아직 이용객이 별로 없다. 최현준 특파원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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