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흐멧 심섹 전 튀르키예 재무장관. 메흐멧 심섹 트위터 갈무리
재선에 성공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경제 위기 타개를 위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튀르키예 경제를 방어했던 전 재무장관의 등용을 고려하고 있다.
튀르키예의 전 재무장관(2009~2015년)과 부총리(2015~2018년)를 지낸 메흐멧 심섹의 에르도안 새 내각 합류가 거론되고 있다고 31일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통신은 소식통 말을 인용해 에르도안 대통령이 당선 이튿날인 지난달 29일 심섹과 만나 2시간 반 동안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를 부통령으로 임명하길 고려 중이나, 심섹 전 장관은 경제 정책을 직접 담당하는 재무장관직을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오는 3일까지 새 내각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심섹 전 장관이 내각에 합류하면 높은 인플레이션에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온 에르도안 대통령의 통상적이지 않은 경제 정책의 방향이 바뀐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한 튀르키예 관료는 “새 정책은 전통 기조가 아닌 혼합적일 것이며 변화는 점진적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10여년 간 튀르키예 경제를 지휘해온 심섹 전 장관은 재임기간 시장에서 평가가 좋은 편이었다. 2008~2009년 세계를 휩쓴 글로벌 금융위기 때 튀르키예가 영향을 덜 받도록 시장친화적 정책을 운영했고 이로 인해 튀르키예가 다른 국가들보다 빠른 속도로 경제를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31일 튀르키예 앙카라의 한 환전소 밖에서 사람들이 줄서있는 모습. 신화 연합뉴스
그러나, 심섹 전 장관의 임명만으로 에르도안의 경제 정책이 선회할지에 대해 신중한 의견도 있다. 블루베이 자산운용 전략가 티모시 애쉬는 심섹 전 장관이 재임 시절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금리 인상 허가를 요청했다가 거절 당했다며 “그가 다시 금리 인상을 요청한다면 둘의 관계가 좋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제너럴리 인베스트먼트 전략가 기욤 트레스카는 “지난 몇 년 간 여러 중앙은행 총재가 금리 인상을 원했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반영하지 않았다”면서 “생활물가 급등과 리라화 가치 폭락에도 재선에 승리한 그가 전략을 바꿀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31일 튀르키예 통계청은 올해 1분기 자국 경제가 전년 동기 대비 4%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여전히 4월 기준 물가상승률은 43.7%로 고물가는 잡히지 않고 있다. 튀르키예의 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 그리고 외환보유액 고갈 우려로 31일 튀르키예 리라화는 달러 당 20.75리라를 기록하며 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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