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제품의 회로 기판 위에 미국과 중국의 국기가 놓여 있는 이미지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대중국 첨단산업 투자 금지 조처에 대해 중국 전문가들은 “직접적인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중국 첨단산업 분야에 대한 미국의 투자가 최근 몇 년 새 이미 급감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11일 중국 내 과학·산업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런 평가를 전했다. 중국 국가과학기술평가센터 리즈민 부소장은 “과거 미국이 (중국) 반도체 산업에 약간 투자를 했지만 현재 중단됐다”며 “양자 기술이나 인공 지능 분야에 대한 투자도 4, 5년 전에 중단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오랫동안 첨단 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발전을 경계해왔다며 이번 투자 제한이 “정치적인 의미가 더 커 보인다”고 말했다.
양자 기술 분야 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양자기술 회사 쉰타이양자의 임원 왕차오는 “중국 양자 분야 기업들은 외국인 투자에 의존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의 새로운 조처는 우리에게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스타트업 기업의 양자 물리학자도 “4년 전 미국 벤처 투자가들의 투자 제안이 있었지만, 미·중 관계가 악화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거절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자본의 대중국 투자는 최근 몇 년새 감소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보도를 보면, 중국에 대한 미국 벤처 캐피탈 투자는 2021년 329억 달러에서 2022년 97억 달러로 줄었고, 올해는 8월 현재까지 12억 달러에 그치고 있다.
중국은 미국 정부의 이번 조처가 투자에 대한 영향보다 정치적인 의미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최근 고위급 교류 등 중국과의 대화를 요구하면서도 중국 과학 기술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조처를 지속해서 취하는 것은 미국의 진짜 속내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이 자국 뿐만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 일본 등 다른 선진국들에도 미국과 같은 조처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중국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중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의 저우미 선임연구원은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누가 중국에 오든 대화의 기반은 상호 신뢰여야 한다. 상대방에게 대화하자고 계속 압박하면서 동시에 상대를 탄압하고 제한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비롯해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최근 중국에 방문했고, 지나 러몬드 상무장관이 곧 중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