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각) 모로코 마라케시 인근 아미즈미즈 마을에서 한 어린이가 지난 8일 발생한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살펴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120년 만의 강진으로 2000명 넘게 사망한 북아프리카 모로코 아미즈미즈에서 아들을 지키려다 숨을 거둔 한 가장의 사연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모로코 아미즈미즈는 이번 지진 주요 피해 지역인 마라케시에서 55㎞ 떨어진 마을이다. 주택들과 주유소, 카페는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더미에 쌓여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됐다. 10일(현지시각) 스카이뉴스는 “건물 바닥들이 무너져 내려앉아 팬케이크처럼 쌓여 있다”며 참혹한 광경을 전했다.
폐허가 된 주택들 앞에서 주민 하피다가 조용히 흐느끼고 있었다. 그의 오빠 밀루드가 살던 집이었다. 이 지역 경찰 간부였던 밀루드는 부인과 아들, 딸과 함께 지냈다.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지난 8일 밤늦게 규모 6.8의 강진이 발생한 당시 그는 아들을 지키기 위해 아들의 몸을 위에서 덮은 채 떨어지던 건물 잔해에 머리를 부딪쳐 숨을 거뒀다고 한다.
10일(현지시각) 모로코 아미즈미즈 마을에서 지난 8일 발생한 지진으로 건물들이 무너져 내렸다. 신화 연합뉴스
밀루드의 주검은 수습됐지만, 아직 그의 부인과 아들의 주검은 수습되지 못했다. 아들이 아버지의 품을 벗어나 어디로 갔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건물 잔해에 깔려 도와달라며 울던 조카의 목소리도 잦아들었다고 하피다는 전했다. 하피다는 올케와 조카가 살아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예감하고 있다. 그는 스카이뉴스에 오빠 가족의 이야기를 전하며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스카이뉴스는 “이 끔찍한 이야기는 이 지역 전역에서 되풀이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8일 밤 11시11분께 마라케시 서남쪽 약 71㎞ 지점 오우카이메데네 인근 아틀라스 산맥 지역에서 규모 6.8 지진이 발생한 뒤 이날까지 2000여명이 사망했다. 부상자도 2000명이 넘는다. 실종자 구조과 수색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사상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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