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당국에 연행된 부동산 기업 헝다의 쉬자인 회장이 자산을 해외로 불법 이전한 혐의로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로 중국 부동산 위기의 진원이 된 헝다 사태와 관련해, 중국 당국이 관계자들에 대한 본격적인 사법 처리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1일(현지시각) 사안을 잘 아는 관계자를 인용해, 당국이 헝다 창업자 쉬 회장을 상대로 자산을 해외로 불법 이전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헝다 그룹은 지난달 28일 구체적인 사유는 밝히지 않은 채 “쉬 회장이 법률 위반 혐의로 법에 따라 강제 조처됐다”고 발표했다.
최근 당국에 체포된 헝다 관계자는 쉬 회장 뿐이 아니다. 헝다의 자금 관리 총책 역할을 했던 쉬 회장의 둘째 아들 쉬텅허와 헝다의 금융 자회사인 헝다재부의 일부 직원, 헝다의 전직 간부 등이 당국에 구금됐다고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채무불이행 상태에 놓인 헝다가 사법 처리와 관계된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헝다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이 경제적 대응 단계를 넘어 책임자들에 대한 사법 처리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위장 이혼’ 의혹을 받는 쉬 회장의 전 부인 딩위메이에 대해서도 중국 매체들은 그가 지난 7월 홍콩에서 제3국으로 떠났다고 보도했다. 딩위메이는 지난해 쉬 회장과 이혼했으나 홍콩에 머물며 헝다 그룹의 채무 구조조정 업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달 말 거래가 중단된 헝다와 헝다 부동산서비스는 홍콩 거래소에 거래 재개를 신청해 3일부터 거래가 재개됐다. 두 회사는 쉬 회장이 연행되던 지난달 28일부터 거래가 중단됐다. 당시 함께 거래가 중단된 헝다 신에너지차는 거래 재개를 신청하지 않았다.
헝다는 지난해 3월 주식 거래가 중단된 뒤 17개월 만인 지난 8월 말 거래가 재개됐다. 거래 재개 한 달 만에 헝다 주식 거래가 다시 중단되면서, 주가가 19%나 폭락하는 등 시장의 충격이 컸다.
헝다는 317억달러(약 42조원)에 이르는 역외채권의 재조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 당국은 헝다의 새 채권 발행 중지를 명령했다. 지난달 말로 예정됐던 해외 채권단과 회의도 연기됐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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