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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0.86명입니다” 노벨상 수상자도 아는 한국 저출생 문제

등록 2023-10-10 12:04수정 2023-10-10 17:06

202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클로디아 골딘
“한국 기업, 사회의 변화 따라잡지 못해”
202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클로디아 골딘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9일(현지시각)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의 하버드 대학교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202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클로디아 골딘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9일(현지시각)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의 하버드 대학교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한국의 출산율은 0.86명에 불과하죠. 경제가 너무나 빨리 발전하면 전통과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202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클로디아 골딘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9일(현지시각)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하버드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여성의 일과 가정 사이의 균형이 한국에서 저출생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보느냐’는 현지 한국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가 0.86명에 불과했던 지난해 1분기 한국의 합계출산율(통계청이 지난해 5월 발표한 지난해 3월 인구동향 잠정치)을 알고 있을 만큼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1명이 채 안 되는 유일한 나라다. 합계출산율은 가임 여성 한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다. 오르락내리락하던 합계출산율은 올해 2분기 0.7명으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골딘 교수는 “20세기 후반 한국만큼 빠른 경제 변화를 겪은 나라도 드물고, 한 도시에 집중된 나라로 변모한 나라도 드물다”며 한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을 주목했다. 그는 “미국은 훨씬 더 오랜 기간에 걸쳐 이런 변화를 겪으며 이전 세대가 신규 세대가 가져온 변화에 적응할 수 있었다”며 “한국과 일본의 경우 이렇게 적응할 수 있는 여력이 적었다”고 말했다.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사회 진출이 증가했지만 사회 제도나 문화가 뒤따라가지 못하면서 저출생 문제가 심화됐다는 것이다.

골딘 교수는 한국의 기업 문화를 꼽기도 했다. 그는 “(저출생 문제는) 단순히 가족과 가정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는 직장의 문제로 직장들은 사회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딘 교수는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성세대와 남성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저출생 문제는) 여러 가지가 얽혀 있어 답을 내기 매우 어렵고 변화가 단시간에 이뤄지긴 어렵다”며 “우리는 기성세대, 특히 그들의 딸보다는 아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을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교육 등을 통해 사회·문화적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9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의 스웨덴 왕립과학원에서 열린 수상자 발표에서 202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클라우디아 골딘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사진이 화면에 나오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9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의 스웨덴 왕립과학원에서 열린 수상자 발표에서 202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클라우디아 골딘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사진이 화면에 나오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골딘 교수는 1946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코넬대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하고 시카고대에서 경제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 하버드대 경제학과 최초의 여성 종신 교수가 됐다. 현재 대학에서 ‘경제사와 일과 과정’에 관한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골딘 교수는 여성의 경력과 가정의 역사, 경구피임약이 여성의 커리어와 결혼에 미친 영향,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보다 높아진 이유 등을 연구했다.

골딘 교수가 2021년 10월 펴낸 도서 ‘커리어 그리고 가정’이 국내에 소개된 바 있다. 100여년간의 미국 대졸 여성들을 다섯 세대로 나눠 성별 임금 격차의 원인을 추적한 책이다. 그는 같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남녀 사이에 임금 격차가 벌어지는 원인을 ‘탐욕스러운 일자리’(greedy work)로 꼽았다. 부부가 아이를 낳으면서 “가차 없는 밀도로 불규칙한 일정에 대응해 가며 장시간 일할 것을 요구하고, 그 대가로 높은 보수를 지급”하는 일자리에 주로 남성이 남고, 여성은 아이에게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언제든 사무실을 떠날 수 있는 유연한 일자리(일정 조정이 자유롭고 보수는 적은)에 머무는 ‘분업’을 하면서 임금 격차가 심화된다는 설명이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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