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공격으로 사망한 이스라엘인의 시신 옆에서 지인들이 슬퍼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일주일 째 이어지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쟁의 참상을 드러내는 영상과 사진이 무차별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이에 일부 국가 학교에서는 부모들에게 자녀 휴대전화에서 에스앤에스 애플리케이션을 당분간 삭제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각) 미국 시엔엔(CNN)은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의 한 고등학교 학부모 연합이 학부모들에게 자녀 휴대전화에서 인스타그램, 틱톡, 엑스(옛 트위터) 등 에스앤에스를 삭제하라고 권고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내 일부 유대인 학교들도 같은 권고를 하고 있고, 영국의 한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안전 교육에서 에스앤에스 애플리케이션을 당분간 삭제하라고 요청했다. 미국 뉴저지의 한 학교 교장은 학부모들에게 보낸 이메일 공지에서 “선정적이고 잘못된 정보가 온라인에 넘쳐나고 있어 학생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줄 수 있다”며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위험성과 온라인에서 자녀가 무엇을 보았는지 등에 대해 매일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권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군 간 교전 엿새째인 12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중심도시 가자시티에서 팔레스타인 남성이 아이를 품에 안은 채 달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는 하마스가 이스라엘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인질을 처형하고 이를 온라인으로 생중계할 것이라고 발표한 데 따른 조처다. 앞서 하마스는 지난 7일 이스라엘 남부 키부츠 지역을 습격해 100여명의 인질을 붙잡았는데, 이미 일부를 살해하고 이를 영상으로 유포한 바 있다. 앞서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때도 양쪽 군인과 시민들이 촬영한 영상과 사진이 텔레그램 등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퍼져나간 바 있다.
이번에도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서로 상대방 공격으로 입은 시민 피해를 영상과 사진으로 유포하며 온라인 여론전에 나서고 있는 데다가, 현장 시민들의 제보 영상까지 더해지며 전쟁의 끔찍한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상황이다.
전문가는 이 같은 영상에 노출되면 트라우마를 경험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한다. 캐나다 아동임상심리학자 제이미 하워드는 현지 방송인 시비에스(CBS)에 출연해 충격적인 전쟁 영상과 사진에 노출되는 일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워드는 “연구 결과를 보면 사람에 대한 공격이나 폭력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되는 경험이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으며, 특히 어린 아이들의 경우 특히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전쟁 초기 단계인 지금 단 며칠이라도 에스앤에스 애플리케이션을 삭제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자녀와 이야기하는 법>
1. 공통 조언
- 당분간 자녀 휴대전화에서 에스앤에스(SNS) 애플리케이션을 삭제하는 것이 좋다.
2. 10살 미만 자녀의 경우
-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라는 주제 자체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 아동 발달 단계상 10살 미만의 어린이가 전쟁이라는 주제를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3. 10살 이상 초등학생 자녀의 경우
- “전쟁과 관련해 어떤 얘기들을 들었니?”처럼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열린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해 보라.
- 다만 너무 구체적인 사항들을 언급하지는 않는 것이 좋다. “외국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너는 안전하고 전쟁에 대해 무언가 듣게 되거나 궁금한 점이 생기면 언제든 엄마, 아빠와 얘기하자”는 식으로 말이다.
4. 중학생 이상 자녀의 경우
- 이미 뉴스를 통해 전쟁에 관련한 내용을 알고, 에스앤에스 등을 통해 추가 정보를 접했을 가능성이 있다.
- 자녀가 느끼는 충격을 줄여주기 위해 전쟁과 관련해 보고 들은 것들과 관련해 자녀의 의견을 물어보거나 어떻게 느끼는지 물을 수 있다.
- 만약 누가 옳고 그른 것인지 등과 같이 복잡한 질문을 던지면 즉답하지 않아도 된다. 그럴 때는 “그건 복잡한 질문이라 엄마, 아빠도 당장 명확한 답을 갖고 있지 않은데 우리 같이 한번 살펴보면 어떻겠니?”라고 제안하고 다시 대화를 해보라.
(캐나다 아동임상심리학자 제이미 하워드. 시비에스 인터뷰)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