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4일(현지시각) 시민들이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에 납치된 이들의 사진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텔아비브/AFP 연합뉴스
이스라엘에서 4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에서 초강경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퇴진 요구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공개된 한 여론조사에서는 76%가 그의 퇴진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네타냐후 총리가 국내에서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다.
예루살렘의 총리 관저 앞에서 이날 수백명의 시위대가 이스라엘 국기를 든 채 “(네타냐후 총리를) 당장 투옥하라”고 외치며 경찰과 대치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경찰이 시위대의 총리 관저 접근을 막으면서 시위대와 경찰의 몸싸움도 벌어졌다. 시위에 참가한 주민 네타 친은 “그들(정부)은 우리를 배신했다. 우리는 네타냐후를 제거하기 위한 투표를 원한다. 이 시위가 계속되고 더 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텔아비브에서는 수천명의 시민이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들의 사진을 든 채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무슨 대가를 치르든지 인질들을 구출하라”, “(인질들을) 당장 집으로 데려오라”, “당장 휴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에 참가한 주민 오프리 비바스레비는 자신의 형제가 10개월 된 영아 등 두 명의 아들과 함께 납치됐다며 가족에 대한 지지를 표시하기 위해 거리로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전혀 모른다. 10개월 된 조카가 음식을 충분히 제공받는지도 모른다”며 가족의 안부를 걱정했다. 가족 5명이 납치됐다는 하다스 칼데론은 “지옥과도 같다. 매일 잠에서 깰 때마다 새로운 전쟁의 날이 시작된다”며 “정부가 (인질 구조를 위해) 독창적으로 생각하기를 기대하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 날의 시위는, 이스라엘 국민들이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따른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나면서 정치 지도자 등에 대한 분노가 확산되는 가운데 열렸다. 네타냐후 총리는 기습 공격을 당한 것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 국민들의 분노를 더욱 자극했다.
이날 이스라엘 채널13 방송이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6%가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을 원한다고 응답했다. 또, 응답자의 64%는 전쟁이 끝난 뒤 즉시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고 답했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막지 못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질문에는 44%가 네타냐후 총리를 지목했고, 33%는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를 꼽았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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