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싱크탱크인 국가안보연구소(INSS)가 하마스 핵심인물로 꼽고 있는 지휘부 네명. 왼쪽부터 하마스 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 정치 부문 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 알 카삼 여단 사령관 모하메드 데이프, 정치담당 부대표 살라흐 알 아루리.
이스라엘군방위군(IDF)이 7일(현지시각) “테러의 심장부”라고 지목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대 도시인 가자시티에 진입했다. 이스라엘군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 정파인 하마스의 핵심 지도자들 제거다.
이스라엘군이 최정예 부대를 동원해 우선적으로 쫓고 있는 하마스 핵심 지도자는 4명이다. 최우선 제거 대상은 하마스의 군사 지도자이자 가자지구 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61)다. 이스라엘군이 “그는 이미 죽음 목숨”이라며 뒤를 쫓고 있는 신와르는 1962년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 빈민가에서 태어났으며, 1980년대 하마스의 영적 지도자 아흐메드 야신에게 조언하는 인물로 정치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이스라엘 군인과 민간인 납치 살해뿐 아니라 이스라엘에 협력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살해하는 일을 주도한 냉혹한 성격으로 ‘칸 유니스의 학살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스라엘에 세차례 붙잡혔고, 종신형을 선고받은 적도 있다. 지난 2011년에 이스라엘 군인 길라드 샬리트 1명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1027명이 맞교환 됐을 때 풀려났다. 2017년까지 그는 하마스 가자지구 지도자에 올랐다. 현재 가자시티 땅굴 가장 은밀한 곳에 은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신와르가 땅굴에 숨어있다. 그를 찾아 제거할 것”이라며 “가자지구 주민들이 그를 먼저 찾으면 전쟁이 단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 군사조직인 알 카삼 여단의 사령관 모하메드 데이프(58)는 신와르처럼 칸 유니스 난민 캠프 출신이다. 데이프는 지난달 7일 이스라엘에 대한 기습 공격 실행을 맡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94년 이스라엘 군인 납치 살해 사건, 1996년 예루살렘과 아슈켈론에서 이스라엘인 50여명이 숨진 버스 폭탄 테러 사건 등에 관여했다. 이스라엘 일간 하아레츠는 “ 일상적인 테러의 마지막 세부 사항까지 관여했고, 폭발 장치를 직접 준비하거나 가르친다”고 짚었다. 이스라엘군이 20년 넘게 데이프 암살을 시도했지만 그의 아내와 두 자녀만 숨졌다고 비비시(BBC)는 전했다. 한쪽 팔과 한쪽 다리를 잃은 상태로 현재는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이스라엘의 하마스 암살 전담부대 ‘닐리’의 제거 대상에는 하마스 정치국을 이끄는 이들도 올라 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4일 하마스 정치 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의 가자지구 자택에 공습을 가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공습 당시 하니예가 자택에 있었는지도 확인되지 않는다. 하니예는 2019년부터 튀르키예와 카타르를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지난달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직후 하니예가 텔레비전으로 현장 상황을 보며 감사 기도를 올리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는데, 당시에도 그는 카타르에 있었다. 하니예는 전투 조직에 몸담았던 이들과 조금 다른 길을 걸었다. 그는 가자지구 샤티 난민 캠프에서 태어나 가자지구 이슬람대학교에서 아랍 문학을 공부한 인물이다. 지난 2006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하마스가 승리하며 총리 자리에도 오른 경력이 있다. 다만 하니예는 정치인에 가까운 인물로, 하마스 군사조직에 대한 통제력이나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는 분명하지않다.
하마스 정치 부대표 살라흐 알 아루리(57)는 하마스의 ‘돈줄’을 쥔 인물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누리가 “1990년대부터 다양한 역할을 맡아 하마스에서 활동했으며, 적어도 2013년부터 하마스 재정 분배를 감독하며 하마스의 핵심 자금 조달자 역할을 해왔다”며 “알 카삼 여단 자금 지원과 하마스 자금을 세탁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서류상의 회사들을 관리해왔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핵심 지도자 4명 제거라는 목표는 아직 달성하지 못했지만 다른 주요 간부 상당수의 목숨은 빼앗았다. 이스라엘 싱크탱크인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테러리스트 제거 명단’을 보면, 이번 전쟁 뒤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하마스 간부 50여명이 숨졌다. 이 가운데는 하마스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슈라위원회 수장 오사마 알 마지니Osama Al-Mazini와 하마스 중부 사령관 아이만 노펠Iman Nofel 등 거물급도 포함됐다.
그러나, 이스라엘 뜻대로 하마스 지도부 상당수를 제거해도 하마스에 결정적 타격이 될 지는 분명하지 않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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