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최대 의료시설 알시파 병원 의료진이 15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의 급습 후 연기로 가득 찬 복도에서 환자를 옮기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군사 지휘본부를 찾겠다며 수천명의 환자와 피란민이 머물던 가자지구 최대 의료기관 알시파 병원 습격에 나섰지만, 지휘본부 존재 입증에 사실상 실패했다. 이스라엘군이 국제법상 보호 대상인 병원 안으로 지상군을 투입한 데 대한 적절성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16일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영상에서 “(전날 알시파 병원 습격 과정에서) 셀 수 없이 많은 하마스의 무기들을 확보했다”며 하마스가 군사 지휘본부로 이용했다는 이 병원 자기공명영상(MRI) 장비가 설치되어 있는 병동 내부 등을 공개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15일 새벽 2시께 특수부 대원 100여명과 탱크를 동원해 전격적으로 병원 안으로 진입한 뒤, “군사정보와 작전상 필요에 따라 알시파 병원의 특정 지역에서 하마스에 대한 ‘정밀하고 표적화된’ 작전을 수행 중”이라고 밝혔다.
요나탄 콘리쿠스 이스라엘군 대변인(중령)은 공개된 영상에서 자기공명영상 장비 뒤편에 소총 한 정과 탄창, 옷, 노트북 컴퓨터가 들어 있는 가방을 내보이며, “조금 전에 이스라엘군이 찾아낸 것으로 매우 은밀하고, 편리하게 (소총 등을) 이용할 수 있게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다른 방에서도 소총 몇 정과 탄창, 권총, 방탄조끼 몇 벌, 수류탄 3개, 칼, 배낭, 전투화 등을 찾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이 알시파 병원에서 찾았다는 물건들은 소규모 전투에 쓸 수 있는 장비에 불과하다. 특히 땅굴로 연결된 통로나 대규모 군사 및 지휘 시설은 흔적도 찾지 못했다.
이스라엘군은 최근 알시파 병원 주변에서 전투를 벌여 병원은 연료 공급이 끊기고 인큐베이터도 작동시키지 못해 미숙아 등 신생아가 숨지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이스라엘군이 국제적 비판 여론에도 병원 내부 침입까지 강행하며 찾은 장비들은 하마스 군사 지휘본부가 병원 안에 있었다는 증거라고 보기에는 초라한 수준이다.
이스라엘군은 15일 큰 소득을 얻지 못한 채 주력 병력을 철수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은 이번 전쟁의 상징이 된 알시파 병원을 장악했다”면서도 “(병원 공격으로) 이미 국제사회의 우려를 부른 상황에서 이번 공격에 대한 필요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이스라엘 편에 섰던 국가들의 지지를 잃을 수도 있다”고 짚었다.
하마스는 이날 성명에서 이스라엘의 설명을 “아무도 믿지 않을 조작된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이스라엘군의 알시파 병원 진입 전 이스라엘을 측면 지원한 미국도 발을 빼는 모양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스라엘군이 알시파 병원을 진입한 뒤 연 브리핑에서 “우리는 병원 진입 작전을 승인한 바 없다”며 “이스라엘군의 작전이며, 미국은 이 과정에 개입한 바 없다”고 한발을 뺐다.
한편,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진행하는 각각 50명 규모의 인질 맞교환 협상안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5일 전했다. 이 신문은 이스라엘 정부 협상가 3명 이상의 말을 따 “지난달 7일 하마스 테러 공격 당시 납치된 이스라엘 여성·어린이 50명과 현재 이스라엘 교도소에 갇혀 있는 팔레스타인 여성·어린이를 거의 같은 숫자로 교환하는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카타르와 이집트, 미국이 중재한 이번 협상은 인질 석방 대상 가운데 같은 가족 구성원을 분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는 등 상당히 구체적인 부분까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상안에는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며칠간 적대행위를 중단하는 ‘인도주의적 일시 교전 중지’ 내용도 포함됐다고,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스라엘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하마스도 협상의 윤곽에 대해 맞다고 확인하면서, 네타냐후 정부가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전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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