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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전시 내각이 미국의 압박에 못 이겨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정기적인 연료 공급을 합의했다고 영국 로이터 등이 보도했다. 가자 지구는 지난달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이 촉발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 표적이 됐고, 보급로가 모두 봉쇄되어 상하수도·통신 등 사회기반시설을 유지할 연료 없이 정전 상태로 버텨왔다.

로이터는 17일(현지시각) 익명의 이스라엘과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가자 지구에 이틀에 한 번꼴로 14만리터의 연료를 반입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12만리터는 구호품을 전달하는 유엔팔레스타인난민구호사업기구(UNRWA) 트럭을 비롯해 가자 지구 남부의 상하수도 및 병원 시설에 쓰이고, 2만리터는 이 지역 통신사 팔텔의 발전기에 공급된다.

이번 지원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끄는 우파 연합 구성원들의 반대에도 미국을 앞세운 국제 사회의 압박 덕에 성사됐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미 국무부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연료 고갈로 가자 지구 내 230만명이 재앙을 맞을 수 있다”고 이스라엘 지도부에 경고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쪽도 “전염병 확산 등을 막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다만 연립 내각의 한 축인 극우주의자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장관이 “적에게 산소를 공급하는 일”이라고 성명을 내는 등 반발은 여전하다. 미국 악시오스 보도를 보면, 이스라엘은 연료 공급 허용을 하마스에 붙잡힌 자국 인질과 거래 조건으로 활용하고 싶어 했으나, 바이든 행정부는 ‘가자 지구 사람들이 죽어가는 동안 기다릴 형편이 아니다’라며 압박했다.

숨통은 트일 수 있는 결정이지만 국제 사회의 우려는 여전하다. UNRWA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기초적인 인도주의 활동을 위해 최소 하루에 16만리터의 연료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번에 합의된 공급량의 두 배를 웃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가자 지구에서 7만건 이상의 호흡기 감염 사례가 나타나는 등 보건 및 위생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밝힌 바 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