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강 서안지구에 건설 중인 유대인 정착촌. 서안지구/EPA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두 달째 전쟁 중인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 수십만명이 사는 동예루살렘 지역에 새 이스라엘 정착촌을 건설하는 계획을 승인했다고 현지 시민단체가 밝혔다.
이스라엘의 유대인 정착촌 건설 상황을 추적, 분석하는 비정부기구(NGO) ‘피스 나우’(Peace Now)는 6일(현지시각) 예루살렘 지구 계획 위원회가 지난달 29일 승인한 하부 수로(Lower Aqueduct) 지역 건설 계획을 토대로 이같이 밝혔다. 예루살렘 지구 계획 위원회 승인 계획에 따르면 이 지역에 새로 건설하는 주택 1738채 가운데 절반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지인 동예루살렘에 건설된다고 이 단체는 밝혔다. 이 단체는 이 계획을 두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인 정착촌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이라고 지적했다. 점령지 안 정착촌 건설은 국제법상 불법이다. 하지만 점령지 내 이스라엘 정착민은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현재 동예루살렘에는 팔레스타인인 약 36만명, 이스라엘인이 약 23만명 살고 있다.
피스 나우는 이번 정착촌 확대 계획이 “팔레스타인 지역인 (서안 지구 남부의) 베이트 사파파와 쇼파라트를 동예루살렘의 나머지 지역과 연결하는 마지막 남은 통로를 차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계획이 동예루살렘에 팔레스타인 주거 지역의 연결을 해치고, 베들레헴과 동예루살렘 간 거의 모든 도시의 연결도 끊는다는 것이다. 이 단체는 전쟁 직전인 지난 9월에도 계획 위원회는 동예루살렘에 주택 3500채를 건설하는 지구 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피스 나우는 “이스라엘 정부가 실행 가능한 ‘두 국가 해법’을 계속 훼손하고 있다”라며 “이스라엘방위군이 가자 지구에서 교전 중이고 남·북 국경 지역에 거주하는 이스라엘인 수백명이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부가 그린 라인(동·서예루살렘 경계) 너머로 공사를 진행해 안전한 국경과 희망적인 미래를 원하는 이스라엘 주민의 안전을 더욱 위태롭게 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외무부 역시 이스라엘의 새 정착촌 건설 계획을 두고 “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이용해 점령지 예루살렘에 정착촌 건설을 승인했다”라며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정착촌, 정착민으로 가득 채우고 팔레스타인을 분리”하려는 계획의 일환이라고 비판했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직후 발발한 1차 중동 전쟁 끝난 뒤인 1949년 그린 라인, 곧 휴전선이 설정됐다. 이 선 기준으로 서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은 요르단이 통치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 전쟁인 ‘6일 전쟁’에서 동예루살렘을 점령했으며, 정착촌을 지어 유대인을 이주시키고 있다. 현재 요르단강 서안지구 내 이스라엘 정착촌은 동예루살렘(12월 현재 14곳)을 포함 146곳에 달한다. 불법 정착촌도 100곳 이상이다.
이스라엘 시민단체 ‘피스 나우’(Peace Now)가 6일(현지시각) 온라인 누리집을 통해 공개한 예루살렘 지구 계획 위원회의 주택 건설 계획 관련 자료. 노란 부분이 팔레스타인 지역이고 파란 부분이 이스라엘 지역이다.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이스라엘의 주택 건설 계획이다. 피스 나우 누리집 화면 갈무리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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