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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아이’ 이종용 목사, “뮤지컬 때문에 예수 흉내내려다 그 마음에 닿은거죠”

등록 2016-09-21 17:34수정 2016-09-21 22:24

[짬] 1981년 인기절정에서 떠난 가수 이종용, LA에서 23년째 목회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공연 끝내자마자 은퇴
미국 로스앤젤레스 코너스톤 교회에서 목회중인 이종용 목사가 교회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코너스톤 교회에서 목회중인 이종용 목사가 교회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를 만나기 위해 지난 18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토런스로 향하는 차 안, ‘지금도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다만 그를 알지 못해도 겨울이 생일인 사람들은 종종 청아한 하이톤의 ‘겨울아이’라는 축하 노래를 몇 번은 들어봤을 법하다. ‘이종용’(사진)을 짧게 설명하자면, 1975년 데뷔곡 ‘너’로 단숨에 가요계 정상에 올라 가요순위 프로그램 8개월 연속 1위를 차지하고, 그해 가요 시상식에서 1등상을 받기로 돼 있었는데, 시상식 당일 연예인 대마초 사건으로 신중현, 이장희, 윤형주, 김추자 등과 함께 긴급체포돼 구속됐다. 그때 이종용은 ‘대마초를 피우지 않았다’고 항변했지만 26살 스타는 그렇게 스러지는 것 같았다. 4년이 지나 1980년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겨울아이’ 등을 발표하며 복귀했다. 그리고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 ‘예수’ 역을 맡는 등 다시 제2의 전성기를 누리던 그때, 그는 갑자기 모든 걸 버리고 미국으로 떠났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성공적인 목회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리곤 했다.

1975년 지구레코드사에서 발매한 이종용의 데뷔 앨범 재킷.
1975년 지구레코드사에서 발매한 이종용의 데뷔 앨범 재킷.
마주앉고 보니, 후덕하고 넉넉한 모습에서 오래전 앨범에서 본 70~80년대 장발 통기타 가수의 모습을 찾아내긴 힘들었다. 그런데 고개를 숙이고 목소리만 들으면 명확한 발음과 맑고 높은 톤의 턴테이블에 남아 있던 그 목소리 그대로다. 수십번 반복했을 이야기를 물었다. ‘그때 왜 떠났느냐?’고.

“79년부터 81년 12월까지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249회 공연을 마쳤습니다. 당시 빌라도 역은 유인촌(박상원), 막달라 마리아는 윤복희, 헤롯은 곽규석, 유다는 추송웅 김도향, 예수는 저였죠. 뮤지컬이란 개념도 분명하지 않던 시절, 가수·코미디언·연극배우·탤런트 등 모두 당대 최고의 인물들로 배역을 채웠습니다. 하루 2회 공연에 2회 연습, 똑같은 대사와 노래를 수없이 반복했습니다. 그런데도, 배역에 몰입이 안 되는 겁니다. 신인 예수를 연기하니, 인간인 제가 그 마음을 도저히 알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예수의 생애를 기록한) 4복음서를 수없이 읽고, 산상수훈-배신-재판-고문-승천 등의 순간순간마다 ‘그때 심정이 어떠했을까’를 온종일 생각하며 그 마음에 다가가려 애를 썼던 거죠. 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게 삶의 가치관이 달라지고 만 거죠.”

그는 말을 이었다.

“20대에 기사 딸린 고급차에 보디가드에 매니저에, 누구나 다 날 좋아해 주고, 그러니 남이 나를 사랑하는 걸 당연하게 여겼었죠. 그런데 뮤지컬에서 예수 흉내를 제대로 내보기 위해 예수를 알아가다 나와는 정반대로 남에게 모든 걸 다 내주는 그 마음에 닿은 것이지요.”

1979~1981년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오에스티(OST) 앨범 재킷. 뒷줄 가운데가 예수 역의 이종용 목사, 앞줄 왼쪽은 막달라 마리아 역의 윤복희, 뒷줄 왼쪽은 헤롯 역의 곽규석, 뒷줄 오른쪽은 본디오 빌라도 역의 유인촌이다.
1979~1981년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오에스티(OST) 앨범 재킷. 뒷줄 가운데가 예수 역의 이종용 목사, 앞줄 왼쪽은 막달라 마리아 역의 윤복희, 뒷줄 왼쪽은 헤롯 역의 곽규석, 뒷줄 오른쪽은 본디오 빌라도 역의 유인촌이다.
그는 예정된 뮤지컬 공연이 막을 내리자, 보름 뒤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로 신학 공부를 위해 떠난다. 난리가 났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는 한국 뮤지컬 사상 최초의 흑자 공연이었다. 앵콜 순회공연, 새 음반, 텔레비전 쇼프로그램 등 앞으로 계획된 일이 줄을 서 있었다.

샌안토니오에는 당시 군사언어학교가 있었고, 한국의 장교들이 줄줄이 9주간 교육을 받고 돌아가곤 했는데, 그 수가 연간 1200명에 이르렀다. 거기서 그는 이들을 차로 데려다주고, 한국 음식 대접하고, 그리고 9주 뒤에 떠나보냈다. 한국에서 대접만 받던 인기 절정 가수가 미국에서 그런 일을 했다.

8년 반을 그렇게 보내고, 93년 로스앤젤레스로 왔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잠시 머물렀는데, 그대로 주저앉았다. 청년 8명과 거실에서 시작한 교회가 지금은 지역사회의 중심으로 굳건히 자리잡았다.

인생 스토리를 끝낸 뒤, 이런 질문을 던졌다. “한국에서 기독교는 언젠가부터 비난의 대상이 될 때가 많습니다.”

“네. 압니다.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대형 교회 들어서면 주일마다 교통 막히지, 새벽마다 기도회 한다고 시끄럽지, 가끔 대형 교회 목사들이 엉뚱한 소리 하지, 세상엔 관심도 없고 ‘우리만 구원받고 복 받고 잘 살자’는 것처럼 보이지,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한국의 성장 신화가 교회 안에도 그대로 들어와 교인 수로 목회의 성패 여부를 보는 잘못된 믿음관 때문인 듯합니다. 교회 성장학 세미나에 가면, 인구가 늘고 중산층 이상이 사는 곳에 교회를 세울 것을 권합니다. 디도서를 보면, 바울이 크레타 섬에 교회를 세우고 제자 디도를 남겨두는데, 당시 크레타는 거짓말쟁이에 타락한 곳의 대명사였습니다. 교회가 필요한 곳에 교회를 세워야지, 돈 많고 신실한 신자 많은 곳에 교회가 필요한 게 아니지요. 그리고 한국 교회는 교회-가정-세상이란 균형점이 깨진 듯 보입니다. 오직 교회만 강조한 게 이렇게 대가를 치르는 겁니다. (교회뿐 아니라) 세상에서 진실된 크리스천이 되어야겠지요.”

인터뷰 뒤, 인사치레로 물었다. “건강은 어떠세요?”라고. “3년 전 전립선암 선고받고 ‘1년 반밖에 못 산다’ 했는데 여지껏 큰 탈 없으니 감사하지요”라 한다. 암은 현재 더이상 진행은 안 되고 있지만, 완치되진 않았다.

로스앤젤레스/글·사진 권태호 기자

이종용의 <겨울아이>(1980)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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