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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라오스 댐 유실’ 사고 뒤에는 메콩강 개발 갈등이 숨어있다

등록 2018-07-25 16:18수정 2018-07-25 21:01

SK건설 시공한 세피안 세남노이댐 붕괴
평소보다 3배 이상 폭우와 부실 시공 탓?
메콩강에 무작위로 건설된 댐으로
하류 지역엔 물 부족 또는 범람
메콩강 공유 국가들간 협력 필요
라오스 세피안 세남노이 수력발전댐. SK건설 제공
라오스 세피안 세남노이 수력발전댐. SK건설 제공
“7월 15~24일 메콩강 본류를 따라 일부 지역에서 3m 이상 증가하는 등 급하게 수위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경고 단계는 아니다. 열대 태풍 ‘손띤’으로 라오스 북서부 루앙프라방부터 수도 비엔티안까지 폭우가 내렸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메콩강을 공유하는 4개 국가가 공동으로 설립한 국제기구 메콩강위원회(MRC) 누리집에 25일 올라온 글이다. 폭우로 인해 라오스 전체 메콩강의 수위가 높아졌다는 사실을 경고하고 있다. 메콩강위원회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강을 공유하는 6개 국가 가운데 타이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이 회원국으로 참여한다. 메콩강 상류에 자리한 중국과 미얀마는 빠져 있다.

메콩강위원회의 설명을 들어보면, 에스케이(SK)건설이 시공한 라오스 세피안 세남노이댐이 23일(현지시각) 붕괴해 수백명이 실종하기 전부터 라오스의 수많은 지역에서 수위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었다. 에스케이건설 관계자는 사고 초기 “해당 지역에 평소의 세 배가 넘는 폭우로 보조댐 1개가 범람했다”고 밝혔다. 에스케이건설 쪽의 주장대로 흙댐 일부가 유실된 것인지 부실 공사로 보조댐이 붕괴한 것인지는 사고 원인을 규명해봐야 한다.

■ 메콩강의 무작위식 댐 건설

이번 에스케이건설의 세피안 세남노이댐 붕괴 사고 이전부터 메콩강의 무작위식 댐 건설과 이로 인한 수위 불안정은 국가간 외교 문제로까지 번져왔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2009년 5월 “중국의 댐 건설로 메콩강의 유량과 흐름이 변화하고 수질 악화와 생물 다양성 파괴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6개 국가를 관통하는 메콩강은 세계에서 열두 번째로 길다. 4350㎞ 길이의 메콩강 상류에는 중국이 자리 잡고 있는데, 중국은 1995년 첫 댐을 건설한 뒤 7개의 수력발전용 댐을 추가로 건설했다. 윈난성, 티베트, 칭하이 등 메콩강 상류 지역에도 20여 개의 댐을 추가로 건설할 예정이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 기업은 강 하류 6곳의 댐 건설 프로젝트에도 투자했다.

문제는 상류의 댐 건설로 하류의 수위가 예측불허라는 점이다. 메콩강 중류에 자리한 타이는 2013년 1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수위가 급격한 변동을 보이자 중국을 의심하기도 했다. 타이 북부지역인 치앙라이 주 치앙 샌 지구를 흐르는 메콩강은 2013년 12월6일 수위가 2.73m였으나 같은 달 17일 6.75m로 치솟았다. 하지만 2014년 2월 초에는 1.6m로 내려가며 급격한 변화를 보였다. 타이는 중국과 협상에 나서 2010년부터 메콩강 수위 정보를 제공받았지만 건기에는 받지 못하고 있다. 우기에만 댐 방류량 등 정보를 받을 뿐이다.

댐이 붕괴된 라오스 남동부 아타푸주
댐이 붕괴된 라오스 남동부 아타푸주
■ 수자원 관리로 인한 6개 국가 갈등

메콩강 수자원 관리를 둘러싸고 국가간 갈등이 깊어지자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타이 등 4개국이 1978년 메콩강위원회를 구성해 수자원 개발을 조정했다. 지속 가능한 개발을 지향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속내는 다르다. 중국은 나머지 빈국에 댐을 건설하며 경제적 이익을 얻는 한편, 이들 국가에 외교적 존재감을 키우려 한다. 중국은 기존의 ‘메콩강위원회’(MRC)를 대체할 ‘란창강-메콩강 협력회의’(LMC)를 설립한 뒤 이 지역에 막대한 투자와 경제협력을 약속하며 메콩강 주변국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해 12월3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6차 메콩강 경제권(GMS) 비즈니스 서밋에서 중국 왕이 외교부장과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타이, 미얀마 등 5개국 정부 대표들은 총 660억 달러(약 70조원)에 달하는 227개 프로젝트 추진에 합의했다. 메콩강 경제권 비스지스 서밋의 대표적인 프로젝트도 중국 자본을 투입해 메콩 강 지류에 총 사업비 8억1600만 달러(약 8700억원), 예상 생산전력 400㎿의 LS2(Lower Sesan 2) 규모의 댐을 짓는 것이다. 특히 동남아 국가 중에서도 산업화가 더딘 캄보디아는 중국의 투자를 받아 대규모 수력발전 댐을 건설, 산업 발전에 필요한 전력 인프라를 확충하고 국민의 전기료 부담을 덜어준다는 계획을 세웠다.

중국은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메콩강을 중심으로 동남아 지역에 무려 41개의 댐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주민의 거센 반발과 환경 오염 우려 등으로 인해 댐 프로젝트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미얀마는 소수민족 삶의 터전을 빼앗고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이유로 2011년 사업비 36억 달러(약 3조8000억원)에 달하는 미트소네 수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보류했다.

■ 한쪽은 물이 넘치고, 한쪽은 물 부족

메콩강에 우후죽순으로 댐이 건설되면서 하류 지역은 농업용수 부족 등으로 큰 고통을 겪는다. 베트남은 2016년 90년 만의 최악의 가뭄을 겪어 쌀 수확량이 크게 줄고 180만 명이 식수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했다. 엘니뇨로 인한 기후 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중국이 강 상류에 건설한 댐으로 인해 갇힌 물이 적지 않게 증발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2012년 에스케이건설이 수주한 라오스의 세피안 세남노이 댐 건설 사업도 라오스 남부 볼라벤 고원을 관통하는 메콩강 지류를 막아 낙차가 지하수로와 발전소를 건설해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다. 발전 용량은 410MW 국내 최대 규모인 충주댐과 맞먹는데 전력 생산량의 90% 타이 수출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한국수출입은행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에서 최초로 955억 원을 지원한 민관협력사업으로, 에스케이건설과 한국서부발전 등이 시공에 참여했다. ‘아시아의 배터리’가 되고자 한 라오스가 한국의 기술과 자금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2013년 국정감사에서 환경영향 평가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당시 김현미 민주당 의원(현 국토교통부 장관)은 세피안 세남노이 수력발전사업에 관한 환경영향평가보고서 공개를 요청했으나 대외비라는 사유로 공개되지 않은 사례를 들며 한국의 원조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을 경우 부정부패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해당 국가의 진정한 발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에스케이건설의 라오스 세피안 세남노이댐 붕괴는 단지 한 건설사의 부실시공 의혹 문제만은 아니다. 세계에서 12번째 긴 강을 공유한 강대국 중국과 나머지 개발도상국 간의 협력은 부재했다. 생태계 보호와 개발 논리 간의 조화도 없었다. 한국 정부도 대외경제협력기금을 제공하며 에스케이건설을 지원했지만 메콩강의 환경보호와 강을 놓고 벌어지는 6개 국가간의 갈등이라는 더 큰 그림을 보지는 못했다.

박유리 기자 nopimul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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