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국제항공사 소속 보잉 737-800 여객기가 지난 8일(현지시각)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이맘호메이니 공항을 이륙한 직후 추락한 뒤, 구조팀이 사고 현장을 돌아보고 있다. 테헤란/IRNA AFP 연합뉴스
이란이 최근 테헤란 인근에서 추락한 우크라이나 여객기 사고와 관련해 자신들이 의도치 않게 미사일을 발사했다며 사고 책임을 공식 인정했다.
이란 군 당국은 11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는 사람의 실수로 생긴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이란 국영텔레비전을 인용해 <에이피>(AP) 통신 등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란 군은 이어 “사고 당시 우리 군은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를 유지했다”며 “오인 발사의 책임자는 반드시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이란은 미사일 발사에 의한 격추설을 부인해 왔다. 앞서 우크라이나국제항공사 소속 보잉 737-800 여객기는 지난 8일 오전 6시께 테헤란 외곽 이맘호메이니 공항에서 이륙한 지 몇분 만에 추락해 탑승자 176명이 모두 사망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이날 트위트를 올려 “슬픈 날”이라며 “재앙(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 사령관 공습살해)을 초래한 미국의 모험주의로 야기된 위기의 상황에서 인간의 실수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솔레이마니 사령관 암살 이후,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란이 우크라이나 여객기의 움직임을 미군의 공격으로 오인해 공격한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자리프 장관은 이어 “이란 국민에, 피해자 가족에, 그리고 관련 국가에 깊은 유감과 사과, 위로”를 표시했다.
이란은 사고 직후 며칠 동안 ‘미사일 피격설’과 관련해 “이란에 대한 심리전”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영국 정부 등에서 사실상 피격설을 공식화하면서 이를 인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 국가의 조사단이 곧 합류해 공동조사를 벌일 예정이어서 신속한 사실인정이 그나마 이란의 체면을 살리는 방안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9일(현지시각) 수도 오타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 정보 당국과 동맹국 정보 당국으로부터 확보한 복수의 정보를 통해 확인한 결과,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이란의 지대공 미사일에 맞아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캐나다는 이번 사고로 국민 63명을 잃어, 이번 사고(176명 전원 사망) 최대 피해국이다. 그는 다만 “(사고가) 의도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 오스트레일리아 총리도 비슷한 입장을 발표했는데, 모리슨 총리도 “제시된 모든 정보를 볼 때, 고의적 행동이라고 보이진 않는다”고 밝혔다. <뉴욕 타임스>는 피격 당시 영상을 공개하는 한편, 이후 미 정보기관들이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격추됐음을 확인하는 교신을 포착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란이 예상보다 신속하게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긴 했지만, 176명에 이르는 무고한 민간인이 사망했다는 점에서 이란에 대한 국제 여론이 악화될 수도 있다. 또한 결정적으로는 솔레이마니 공습살해에 따른 중동 지역의 급격한 군사적 긴장 고조가 이번 상황을 초래한 점도 무시할 수 없어, 미국 역시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용인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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