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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미-이란 긴장 속 한국 선박 나포, 적극적 외교로 풀어야

등록 2021-01-05 18:47수정 2021-01-06 02:39

지난 4일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되는 한국 국적 선박 '한국케미' 모습. 오른쪽이 이란 혁명수비대가 타고 온 고속정이다. 사진은 나포 당시 CCTV 모습이다. 연합뉴스
지난 4일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되는 한국 국적 선박 '한국케미' 모습. 오른쪽이 이란 혁명수비대가 타고 온 고속정이다. 사진은 나포 당시 CCTV 모습이다.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높아진 미묘한 정세 속에서 4일 한국 국적 화학물질 운반선 ‘한국 케미’호가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됐다. 이란은 이 선박이 “해양 환경 규제를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공식 발표했지만,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둔 복잡한 국제정치가 얽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배경이 무엇이든 간에 20명의 선원들과 선박을 신속히 풀어줄 것을 이란 정부에 촉구한다.

한국과 이란은 그동안 한국의 은행 두 곳에 동결된 이란 원유 수출대금 약 70억달러(약 7조7600억원)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왔다. 이란중앙은행 명의 계좌에 예치된 이 돈은 한국이 원유를 수입하고 지급해야 할 자금인데,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핵 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제재를 복원하면서 묶여 있는 상태다. 이란이 계속 문제 해결을 요구했는데도 한국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않자, 선박 나포로 압박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둔 기 싸움의 성격도 있다. 이란 군부 실세 솔레이마니가 미군의 공습으로 숨진 지 1주기가 된 지난 3일을 즈음해 이란과 미국의 긴장은 가파르게 고조됐다. 미국은 전략폭격기 B-52와 항공모함 니미츠 등을 페르시아만에 파견해 군사적 압박을 높였다. 이에 맞서 이란이 농도 20%의 우라늄 생산을 재개했고, 그 직후 한국 선박 억류 사건이 벌어졌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 핵 협상을 유리하게 가져가려는 양국의 주도권 다툼에 한국이 끌려들어 간 셈이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맞아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 외교의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란 정부가 “법령에 따라 처리될 것”이란 원론적 입장만 밝히고 있어 자칫 사태가 장기화할 우려도 있다. 정부는 외교부 아프리카중동 국장을 반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이른 시일 안에 현지에 급파하기로 했고, 최종건 외교부 1차관도 10일부터 테헤란을 방문하기로 했다. 그동안 우리 외교부가 트럼프 행정부를 지나치게 의식해 이란의 요구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한-이란 관계가 악화됐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정부는 이란 문제를 중시하는 바이든 인수위원회 쪽과도 긴밀히 협의하는 한편, 필요하다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직접 이란을 방문하는 등 모든 외교 역량을 동원해야 한다. 억류된 선원과 선박의 조속한 귀환뿐 아니라 한-이란 관계 개선, 한-미 외교 협력 강화 등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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