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9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중국·홍콩과의 무역 관계에 대해 발표한 뒤 돌아서 기자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9일(현지시각)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 가운데 국방 물자와 첨단제품 수출 관련한 혜택을 박탈한다고 밝혔다.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상무위원회가 30일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을 표결 처리할 예정인 가운데 나온 조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은 성명을 내어 “중국이 홍콩보안법 통과로 나아감에 따라, 미국은 오늘부터 홍콩에 국방 장비 수출을 종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홍콩으로 가는 미국의 국방 및 이중용도 기술에 대해서도 중국에 하고 있는 것과 똑같은 제한을 부과하기 위한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홍콩의 자유를 박탈하는 중국 공산당의 결정이 홍콩에 대한 정책을 재평가하게 했다”며 이같은 조처는 “미국의 국가안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통제 물자들이 홍콩으로 가는 것과 중국으로 가는 것을 더이상 구분할 수 없다”며 “우리는 중국공산당 독재를 떠받드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하는 인민해방군의 손에 이들 물자가 가는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도 이런 행동을 취하는 게 기쁘지는 않다”며 “이는 유엔에 등록된 중국-영국 공동 선언에서 약속한 내용을 중국이 위반하기로 한 결정의 직접적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행동은 중국 인민이 아닌 정권을 겨냥한 것”이라며 “중국이 홍콩을 (일국양제가 아닌) ‘일국일제’로 대우하는 것을 볼 때,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며 “미국은 다른 당국들도 검토하고 있고 홍콩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반영해 추가적인 조처들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도 성명을 내어 “수출 허가 예외 등 홍콩에 특혜를 주는 미 상무부의 규정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로스 장관은 또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없애기 위한 추가 조처도 검토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이 국방 물자 수출 중단과 첨단제품에 대한 홍콩의 접근 제한등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 박탈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의 홍콩 보안법 처리 강행 보복 조처로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를 철폐하는 절차를 시작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1992년 제정한 홍콩정책법을 통해 관세나 투자, 무역, 비자 발급 등에서 홍콩에 중국 본토와 다른 특별지위를 보장해 왔다. 이 특별 지위는, 전세계 자본이 안심하고 홍콩에 투자할 수 있게 해주는 안전판으로 작용했다.
13기 전인대 19차 상무위 폐막 직후인 지난 20일 중국 당국이 공개한 내용을 보면, 홍콩 보안법은 △분리독립 추진 △체제전복 시도 △테러 활동 △외부세력 결탁 등을 방지·중단·처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29일 법안을 검토한 복수의 소식통 말을 따 “홍콩 보안법의 최고 형량은 기존에 알려진 징역 10년형이 아니라 종신형”이라며 “보안법은 ‘이빨 없는 호랑이’ 같은 법률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28일 리잔수 전인대 상무위원장 주재로 열린 13기 전인대 20차 상무위원회에서 홍콩 보안법 2차 심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상무위원회 마지막날인 30일 홍콩 보안법을 통과시킬 경우, 홍콩주권 반환일인 7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 베이징/ 황준범 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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