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대가 30일 센트럴 지구의 한 쇼핑몰에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데 항의하며 7월1일 항의 집회에 나서자고 촉구하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30일(현지시각)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에 맞서 “계속 강력한 대응 조처를 하겠다”고 거듭 경고했다. 미 의회에서는 홍콩보안법으로 탄압 위험에 처한 홍콩 주민들에게 난민 지위를 주는 법안이 초당적으로 발의됐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존 얼리엇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어 “베이징(중국)이 지금 홍콩을 ‘한 국가, 한 체제’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미국도 그렇게 해야 한다”며 “우리는 베이징이 즉시 경로를 되돌릴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베이징의 국가보안법 통과는 중-영 공동선언에 따른 약속을 위반한 것”이라며 “미국은 홍콩의 자유와 자치를 질식시킨 이들에 대해 계속해서 강력한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의 성명은 전날 국무부와 상무부가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전체회의를 열어 홍콩보안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기 전, 홍콩으로의 국방 물자 수출 중단과 첨단제품에 대한 홍콩의 접근 제한 조처를 발표한 데 이어 나온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또한 이 조처를 발표하면서 “중국이 홍콩을 (일국양제가 아닌) ‘한 국가, 한 체제’로 다루는 것을 볼 때,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며 “홍콩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반영해 추가적인 조처들을 취할 것”이라고 이날 백악관과 똑같은 내용의 경고를 한 바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전날에 이어 30일에도 중국을 강하게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그는 “오늘은 홍콩과 중국 전역의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슬픈 날”이라며 “홍콩에 가혹한 국가보안법을 시행하기로 한 중국 공산당의 결정은 홍콩의 자치권과 중국의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하나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은 자국민의 염원에 대한 공포와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한 국가, 두 체제’를 한 국가, 한 체제’로 바꿔버림으로써 그 영토(홍콩)의 성공의 근간을 제거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중국이 홍콩을 독재자의 목구멍으로 삼키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우리는 홍콩에 다르고 특별한 대우를 제공하는 정책 면제를 몇 개의 예외를 빼고 제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행정부는 이날 중국을 압박하면서도 전날 발표한 것 이상의 추가 조처를 내놓지는 않았다. 미국은 향후 중국의 대응과 홍콩 상황,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대응 조처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 10여명은 정치적 탄압이 우려되는 홍콩 주민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홍콩 피난처 법안’을 공동으로 발의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민주당의 밥 메넨데스 상원의원 등이 법안을 주도했다. 이 법안은 정치적 의견을 표현하거나 정치 행사에 평화롭게 참여했다는 이유로 박해를 받았거나 박해를 받을 우려가 충분한 홍콩 주민들을 미 국무부가 난민으로 지정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지난해와 올해 반정부 시위를 조직했거나 이들을 지지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지도자들, 시위 중에 응급처지 활동을 한 사람들, 언론인으로서 시위를 취재하다가 고통을 겪은 이들, 체포된 시위자들에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한 이들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한편, 이날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중국의 대표적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통신업체 중신통신(ZTE)을 미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공식 지정하는 명령을 내렸다. 연방통신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두 회사를 미 국가안보의 위협으로 지정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의했고, 이날 명령을 통해 이를 공식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들은 화웨이와 중싱통신의 장비를 새로 구매하거나 기존 장비를 유지하기 위해 정부 보조금을 사용할 수 없다.
아짓 파이 연방통신위원장은 성명을 내어 “화웨이와 중싱통신은 모두 중국 공산당, 중국의 군사기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우리는 중국 공산당이 네트워크 취약점을 악용하고 중요한 통신 인프라를 훼손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고,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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