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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중국에 금융보복 나선 미국…‘홍콩달러’ 공격 쉽지 않은 이유는?

등록 2020-07-14 05:00수정 2020-07-14 07:31

보안법 후속 조처 3개안 거론
높은 빌딩이 숲을 이루고 있는 홍콩의 야경. 홍콩 경제를 지탱하는 건, 미국달러와 연동돼 환율 변동이 거의 없는 홍콩달러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높은 빌딩이 숲을 이루고 있는 홍콩의 야경. 홍콩 경제를 지탱하는 건, 미국달러와 연동돼 환율 변동이 거의 없는 홍콩달러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의 ‘홍콩 보안법’ 제정에 대한 후속 보복 조처로 미국 행정부 안에서 홍콩달러의 위상을 약화시키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이 이런 초강수를 둘 가능성은 아직 낮지만, 이런 방안이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홍콩달러로서는 악재가 될 수 있다. 홍콩달러의 위상 약화 우려가 퍼지면, 외환 투기꾼들이 환차익을 노리고 공격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환율 고정 ‘페그제’ 폐지 시도…미, 강행 땐 세계 금융전쟁 선포

홍콩달러가 미국과 중국의 갈등 속에서 과연 ‘위상’을 지켜낼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홍콩달러 환율을 미국달러에 연동시키는 ‘페그제’가 워낙 강력해 홍콩달러를 흔드는 건 쉽지 않다. 또 홍콩달러의 붕괴는 홍콩 금융산업을 비롯한 경제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홍콩과 중국 당국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홍콩달러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누구도 섣불리 공격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 관리들과 전문가들이 지난 9일 모여 홍콩 관련 제재 계획을 논의했으며, 이 자리에서 홍콩달러 페그제를 무너뜨리는 방안이 거론됐다고 12일 보도했다. 하지만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이 방안을 배제하기로 했다고 고위 당국자의 말을 빌려 전했다. 홍콩달러를 공격하면 홍콩 금융계에서 활동하는 미국과 서양 기업의 피해도 크다는 게 주요 배제 이유다.

■홍콩에 미국 달러 공급 차단…중·홍콩 외화 보유액으로 방어 가능

앞서 지난 8일 미국 경제 매체 <블룸버그>는 미국이 홍콩달러를 약화시키는 공격에 나선다면 세가지 방안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가장 간명한 수단은 미국 은행들이 홍콩과 중국 기업들에 미국달러를 공급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중국 담당 분석가 딩 솽은 “이런 제재는 중국 은행뿐 아니라 미국 은행, 더 나아가 세계 금융시장에 예측할 수 없는 충격을 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단기적으로는 홍콩과 중국이 버텨낼 여지가 있는 제재 방안이다. 3조달러(약 3600조원)에 달하는 외환을 보유한 중국이 최악의 경우 홍콩에 달러를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위프트서 홍콩은행 배제…“실현 가능성 희박”

<블룸버그>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홍콩 은행들을 배제하는 방안도 일부 거론된다고 전했다. 이 협회는 국가간 자금 거래를 위해 미국과 유럽 은행들이 설립한 기관인데, 여기서 배제된다면 은행을 통한 국제 자금 이체의 핵심 통로가 막히게 된다. 다이와증권그룹의 경제 분석가 케빈 라이는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실현 가능성은 희박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중국 거시정책 책임자 베키 류는 “그나마 덜 파괴적인 방법은 미국 은행과 기업들의 홍콩달러 취급을 최소화함으로써 홍콩달러의 위상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콩달러 발행액 2배 외환 보유…페그제 버팀목

하지만 이 정도로는 홍콩달러의 위상에 큰 변화를 주기 어렵다. 1983년 도입된 홍콩달러 페그제는 37년째 홍콩달러의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다. 이는, 홍콩달러 총 발행량의 2배에 달하는 외환보유액(7월7일 기준 4459억달러) 덕분에 가능하다. 이런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생각할 때, 외환 투기꾼의 공격은 생각하기 어렵다.

페그제는 홍콩의 헌법이라고 할 기본법에 규정되어 있는 사항이며, 홍콩 금융관리국(HKMA)은 이에 따라 홍콩달러의 환율을 지키는 책임을 지고 있다. 금융관리국이 목표로 삼는 환율은 미국달러당 7.8홍콩달러다. 환율이 오르면(홍콩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금융관리국은 7.85달러를 넘지 않는 선까지 미국달러로 홍콩달러를 사들인다. 홍콩달러 매수세가 늘면, 홍콩달러의 환율은 떨어지게 된다. 반대로 환율이 떨어지면(홍콩달러 가치가 높아지면) 7.75달러 아래로 떨어지지 못하게 홍콩달러를 매각한다. 이 작업은 금융 정책적 판단 없이 거의 기계적으로 이뤄진다. 이 때문에 홍콩달러 환율은 37년째 미국달러당 7.75~7.85달러 사이(±0.6%)를 유지하고 있다.

‘비엔피(BNP) 파리바 애셋매니지먼트’의 중국 전략가 치 로는 “홍콩은 홍콩달러를 가진 모든 개인과 기관이 달러로 환전을 요구하는 상황이 와도 외환보유액의 절반으로 방어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홍콩달러 페그제를 무너뜨리는 건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홍콩이 아시아의 금융 중심지 자리를 놓치지 않는 것도 홍콩달러 페그제 덕분이다. 싱가포르 등 다른 경쟁국들과 달리, 투자자들은 홍콩에 투자할 때 환율 변동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홍콩달러를 미국달러로 바꾸는 데도 액수 등 제약이 전혀 없기 때문에, 언제든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적어도 홍콩에서, 홍콩달러는 단위가 작은 미국달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홍콩과 중국은 물론 미국도 이런 상황을 익히 안다. 미국이 이런 상황을 깨뜨리기 위해 공격을 감행한다면, 그건 ‘세계 금융 전쟁’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 열쇳말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국가간 자금 거래를 위해 1973년 15개 국가 239개 은행이 벨기에 브뤼셀에 설립한 기관이다. 2015년 현재 전세계 200여개국 1만1천개 이상의 금융기관이 가입해 있고, 2018년 기준으로 국제간 대규모 금융 거래의 절반 정도가 이 협회의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졌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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