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저서 두 권 한국어 출간 와다 하루키 명예교수
와다 하루키 명예교수. 연합뉴스
‘한국전쟁 전사’ ‘북일 교섭 30년’ 내
‘디제이 납치’ 계기로 한국에 관심
전공 러시아사에서 한반도 연구로
‘북일국교정상화’ 등 실천적 활동도 “아베식 대결 노선 완전히 막혀…
절망의 끝에서 희망 봐야죠” 그와 동시에 북-일 국교정상화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등 실천적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다. 첫 시작은 전두환 대통령의 방일을 앞둔 1984년 7월에 낸 성명이었다. 일본 시민사회는 ‘일본이 식민 지배를 통해 조선 민족에게 큰 고통을 줬다는 사실을 반성하며 마음 깊이 사죄한다’는 내용을 담은 국회 결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과 관계를 개선하고 국교가 없는 북한의 문을 두드려 보자고 한 것이죠.” 일본 사회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시바시 마사시 사회당 위원장마저 이런 국회결의를 채택하는 것은 “꿈 같은 얘기”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1년 뒤인 1995년 8월 무라아먀 담화를 통해 일본 사회는 지난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와 반성의 뜻을 밝혔고, 이는 1998년 10월 한-일 파트너십 선언으로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일본 시민사회의 성취는 딱 거기까지였다. 와다 명예교수는 ‘북일 교섭 30년’에서 전쟁 전 일본의 역사에 미련을 갖는 ‘보수 세력’과 지난 역사를 사죄·반성하려 했던 ‘진보 세력’이 일본의 진정한 과거사 청산을 의미하는 북-일 국교정상화라는 결정적 전선에서 맞붙었고, 진보 세력이 ‘패배’했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승부의 변곡점은 2002년 9월 이뤄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평양방문이었다. 김정일 위원장이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 공식 사죄하며 ‘거대한 역풍’이 불었다. 현재 북-일 관계는 북이 납치해 간 일본인들은 전원 생존해 있으니 이들을 되돌려 받아야 한다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납치 3원칙’이라는 제약 아래서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다. 남북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2019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멈춰선 뒤 한반도의 긴장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진 상황이다. 와다 명예교수는 한-일 관계를 풀어낸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에 대해선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이는 북한과 관계 개선, 즉 평화를 위한 협력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일이 18일 정상회담을 여는 등 관계를 강화하고 있으니 세 나라가 연대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중심에 서서 북한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풀어갈지 얘기를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 미국과 관계를 강화하고 군사력을 키우는 것은 전쟁을 위해서가 아니라 전쟁을 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결국 북한과 외교를 해야 합니다. 한국이 방향을 제시해야 합니다.” 노학자의 집필욕은 여전했다. 그는 “앞으로 북-일 관계에 대해 책을 두 권 더 쓸 생각”이라고 했다. “첫 책에선 어떻게 패배했나를 썼으니 두 번째 책에선 ‘아베 3원칙’을 끝내자고 주장하고, 세 번째 책에선 북-일이 국교를 정상화하면 어떤 좋은 점이 있는지 쓸 생각입니다. 현재 상황이 절망적이지만, 아베의 (대결) 노선 역시 완전히 막혀 있습니다. 지금 같은 상황은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절망의 바닥 끝에서 희망을 봐야 합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연재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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