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일본 이시카와현에서 발생한 규모 7.6 강진으로 주변 원자력발전소의 사용후 핵연료 보관용 냉각 수조에서 물이 넘치고 변압기에서 기름이 샜다.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는 등 대형 사고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지진 대국’ 일본 내 원전 관리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부각된 상황이다.
일본 전력 회사인 호쿠리쿠전력은 2일 이시카와현 시카원전에서 노토 반도에서 발생한 강진의 영향으로 ‘사용후 핵연료’ 보관용 냉각 수조에서 물이 흘러 넘쳐 바닥에 쏟아졌다고 밝혔다. 1호기와 2호기에서 각각 약 95ℓ와 326ℓ가 흘러넘쳤다. 이 물에 함유된 방사성 물질은 각각 약 1만7100베크렐과 4600베크렐이었다. 물은 원전 건물 밖으로 흘러내리지는 않았다고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전했다. 사용후 핵연료는 사람이 다가가면 즉사할 수 있는 고선량의 방사선을 내뿜기 때문에 이를 보관하는 냉각 수조가 부숴지면, 대형 참사로 이어지게 된다.
또 1호기와 2호기에 외부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변압기 배관에선 각각 각각 3600ℓ와 3500ℓ의 기름이 샜다. 시카원전은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가동이 정지된 상태지만, 사용후 핵연료를 보관하는 수조를 냉각하기 위해 전기를 사용한다. 호쿠리쿠전력은 외부 전력을 모두 사용하지 못해도 비상용 발전기를 자체 가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 1호기 주변에 쓰나미(지진해일) 대책으로 설치한 높이 4m 방조벽 남쪽 부분이 몇㎝ 정도 기울었다고도 밝혔다.
이웃한 니가타현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전에서도 사용후 핵연료 냉각 수조의 물이 흘러 넘쳤다. 이 원전 역시 후쿠시마 원전 사고 뒤 멈춰있는 상태다. 원전은 핵연료에서 나오는 열을 식히려 바다에 면한 지역에 자리한다. 그 때문에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에 대한 철저한 위험 대비가 필요하다.
한편, 일본 이사카와현은 3일 오전 11시 현재까지 이번 지진으로 64명의 사망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사카와현을 포함한 호쿠리쿠 지방 곳곳에서 비가 내리고 여진도 이어지고 있어, 지진으로 약해진 지역에서 산사태가 발생하는 등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