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시민들이 적은 추모의 글귀들이 붙어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왜냐면] 전지현 | 29살 남성·경기도·회사원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고 열흘이 흘렀습니다. 먹먹하고 참담한 마음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아직은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참사가 일어나기 전날, 참사가 발생한 그 시간대에 서울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에 있었습니다.
지난 1월 어려운 시간을 지나고 코로나19 속에 취업에 성공해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삼각지역으로 향했습니다. 술 한, 두잔으로 회포를 풀고 친구들 성화에 못이기듯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에 갔습니다. 사람들이 많고 시끄러운 장소를 싫어하는 성격 탓에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한편으로 핼러윈 문화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습니다.
그런 생각도 잠시 앞으로 단 한발을 내딛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여 있었고, 답답하고 두려운 마음에 일찍 자리를 떴습니다. ‘다시는 이곳에 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단 하루 차이였습니다. 그날 그곳에 계셨던 분들은 모두 저와 같이 평범한 일상을 살고 계셨습니다. 먹을 것을 사기 위해 잠시 밖을 나왔던, 오래간만에 친구들을 만나 설레는 하루를 보내는 중이던…. 그저 그런 평범하고 꿈 많은 청년들이었습니다.
그곳에 있지 않았다고 해서 나의 일이 아닌 것이 아닙니다. 이번 참사는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참사입니다. 단 하루, 단 한시간…. 작은 차이로 살아있을 뿐입니다. 희생자분들을 애도하며 현명하고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이번 참사를 함께 이겨내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