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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신 아들 ‘학폭 뒤 전학 지연’엔 위법이 있다 [왜냐면]

등록 2023-03-01 18:57수정 2023-03-02 02:37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왜냐면] 박은선 | 법률사무소 이유 변호사·전 고등학교 교사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 하루 만에 사퇴한 정순신 변호사를 두고 언론마다 현직검사 시절 학교폭력 가해자였던 아들을 위해 각종 법기술을 동원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관련한 진짜 문제는 ‘법기술’ 아닌 ‘위법’에 있다.

정 변호사 아들은 2018년 6월에 전학 처분을 받았지만(최초 처분은 2018년 3월에 있었으나 재심으로 처분이 집행되지 않았다), 2019년 2월에야 전학갔다. 2018년 2학기 내내 정 변호사 아들은 시험기간을 핑계로 사회봉사조차 미루며 다니던 학교에서 “변호사 선임해서 무죄판결 받았다”, “판사랑 친하면 재판에서 무조건 승소한다”라고 말하고 다녔다. 2018년 9월에는 피해학생을 내쫓은 동아리의 구성원들과 상을 타 언론에도 나왔다. 피해학생은 이런 가해학생과 기숙학교에서 24시간을 함께 지냈다. 학교폭력으로 자살을 시도했던 피해학생의 공황장애 증세는 한층 심각해졌다.

문제는 2018년 당시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1항과 시행령 제20조에 따르면, 가해학생이 전학 처분을 받으면 학교장은 교육감에게 전학 갈 학교의 배정을 ‘지체 없이’ 요청해야 하고, 교육감은 학교를 배정해야 했다는 점이다. 배정 요청에 ‘지체 없이’라고 명시한 점, 전학 처분은 가해학생과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힘든 피해학생으로부터 가해학생을 분리하는 목적이 큰 점 등을 고려하면, 가해학생은 전학 처분을 받은 즉시 일련의 절차를 거쳐 바로 전학 가야 했다(현행 교육부 지침은 ‘3개월 이내’). 2018년 6월 전학 처분을 받은 정 변호사의 아들은 학사일정을 고려하면 2학기 시작 전인 2018년 8월 중순에는 전학 가야 했지만, 학교를 계속 다니다 8개월 뒤에야 전학 갔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더욱이, 학교폭력예방법은 처분불이행 시 추가 처분 내지 징계를 규정하는데 말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2018년 <한국방송>(KBS)이 처음으로 이 문제를 다뤘을 때, 해당 학교 교사들의 “빨리 전학을 보내려고 했는데, 소송, 가처분, 집행정지인가 해가지고 다 멈춰 있는 거예요. 최종심이 나올 때까지”라는 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학교 쪽에서는 집행정지 등 때문에 전학을 못 보냈다고 하지만, 행정법에서는 ‘집행부정지’가 원칙이다. 집행정지를 신청해도 법원의 인용 결정이 없는 한 처분은 집행돼야 한다. 2018년 교육부가 일선 학교들에 배포한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에도 “전학조치에 대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소송을 제기한다고 하여 전학절차가 정지되는 것은 아니므로 전학을 간 후 전학을 취소하는 판결을 받고 원적교로 복귀하여야 하나, 전학 전에 집행정지 결정을 받으면 전학절차가 정지됨”이라고 기재돼 있다. 정 변호사가 제기한 가처분이나 집행정지는 모두 기각됐는데, 법 조항과 달리 전학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많은 언론이 정 변호사가 전학 처분에 집행정지를 걸고 대법원까지 소송을 거듭하며 전학 처분을 늦추는 법기술을 활용했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재판청구권 행사 자체는 국민의 권리로 문제 삼기 어렵다. 진짜 문제는 전학을 8개월이나 미룬 위법이 왜, 어떻게 일어났냐는 점이다.

학교나 교육청이 일부러 규정을 위배했는지, 아니면 무지에서 비롯한 실수인지 모른다. 정 변호사 쪽이 “집행정지 신청했으니 최종판결 시까지 전학 안 가도 된다”며 거짓말로 고집을 부렸는지, 압박을 가했는지 역시 모른다. 지금이라도 ‘전학 처분 8개월 지연’의 이유를 명백하게 밝혀내고,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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