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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수단 교민 탈출 그 이후…그곳엔 120만 난민이

등록 2023-06-19 15:34수정 2023-06-20 02:34

지난 4월26일 북아프리카 수단 수도 하르툼 북부의 주민들이 유혈사태를 피해 피란을 가고자 트럭에 오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4월26일 북아프리카 수단 수도 하르툼 북부의 주민들이 유혈사태를 피해 피란을 가고자 트럭에 오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왜냐면] 장성계ㅣ굿네이버스 에티오피아 대표

지난 4월15일 발발한 수단 내 분쟁으로 우리 교민들이 탈출한 것을 언론에서 크게 보도했다. 이번 분쟁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긴급 대피한 수단 주민은 120만 명이 넘는다. 인접국인 에티오피아와 우간다는 각각 100만 명가량의 난민을 이미 수용하고 있어 추가로 난민을 받아들이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수십만 수단 주민들은 차드와 남수단 국경을 넘고 있어 아프리카 동북부 지역의 인도적 위기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극심한 가뭄과 내전, 종족 간 분쟁 등의 이유로 인도적 지원과 보호가 필요한 사람이 가장 많은 나라가 바로 필자가 일하고 있는 에티오피아였다. 약 2860만 명이 식량 지원 등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가니스탄,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 예멘이 그 뒤를 이었다. 1년 넘게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는 1730만 명이 넘는 주민에게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통계적 수치로는 쉽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이러한 숫자에는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난민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가족 가운데 누구를 잃었는지, 어떤 사회·경제적 피해를 당했는지, 여성의 경우 어떠한 폭력적 상황에 놓였는지 등 필자는 그들에게 쉽게 물을 수 없다. 그들이 가진 이야기의 엄중함 때문이었다.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한 사람, 한 가정의 말 못 할 수모와 고통이 쌓여 수십만, 수백만 명의 난민을 만들었다.

굿네이버스 에티오피아는 수단 국경과 맞닿아 있는 아소사에서 수단과 남수단에서 넘어온 난민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 이곳은 난민들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캠프를 형성했는데, 유입된 난민들과 원주민들 사이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우리는 갈등 해결을 위해 원주민이 경작지를 제공하면 난민이 그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최근에는 무상으로 지원받은 정부 소유의 유휴 농경지 100㏊(헥타르) 경작을 통해 난민에게 직업 창출, 소득 증대, 식량 확보 등의 큰 도움을 줄 기회를 마련하기도 했다.

또 원주민들을 중심으로 조합을 조직해 육성하는 사업도 진행했다. 조합이 도매상과 작은 은행이 돼 인프라가 부족한 난민들에게 기본 생계를 유지할 자금을 융통하는 창구가 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국경을 넘어 타국에서 겪는 서러움을 극복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도운 것이다.

에티오피아에서 난민 사업을 하다 보면 충분하지 못한 지원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서로가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고귀한 인간의 존엄성을 볼 수 있다. 2020년 11월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라이 내전이 발생하면서 에티오피아 내 많은 실향민이 발생했다. 굿네이버스 에티오피아는 접근이 가능한 분쟁 피해 지역들을 다니며 가장 도움이 절실한 실향민들에게 식량과 침구류, 의류, 의약품, 기본 생필품 등을 지원하고 있다. 내전이 장기화하면서 식량의 수요가 커졌지만, 예산의 한계로 4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한 캠프에 3천~4천 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의 식량만 공급할 수 있다. 이렇게 부족한 상황이지만 이들은 부족한 식량을 함께 나누고, 서로 배려하며 자신에게 처한 현실이 나아지길 바라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6월20일은 ‘세계 난민의 날’이다. 오늘 우리가 무심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동안에도 집을 떠나서 타지로, 다른 나라로, 어두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지구촌 이웃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난민의 고통과 아픔에 공감하고, 그들의 필요에 손 내밀어 줄 수 있는 공동체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지구촌 곳곳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공적개발원조(ODA)를 비롯한 국제사회 지원이 지속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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