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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통제부’를 ‘교육지원부’로 바꿔야 합니다

등록 2017-04-28 14:35수정 2017-04-28 14:42

[HERI, 대선 의제를 말하다]-⑦교육거버넌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HERI)이 19대 대선 의제를 짚어보는 온라인 기획 ‘HERI, 대선 의제를 말하다’를 연재합니다. 청년·노동·교육 등 각 분야 현장 전문가들이 주요 후보 공약을 포함한 대선 의제를 비판적으로 점검합니다.

19대 대선 후보님들께.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을 나라다운 나라로 만들어 달라는 촛불 시민들의 열망이 만들어 낸 선거판입니다. 따라서 이번 대선 출마자들은, 지금까지 쌓여온 온갖 적폐를 청산함과 동시에 국가 운영 시스템을 새롭게 세워달라는 국민적 요구와 열망을 실현하기 위한 과감한 상상과 실천을 준비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교육 관련 공약들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교육부 폐지와 국가교육위원회 구성에 관한 공약입니다. 교육부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학교 현장이나 학부모, 시민들에게 호응이 큰 공약입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와 같이 일방적인 정책 강행으로 교육계와 국민을 힘들게 했고, 교육 현장은 더욱 황폐해졌기 때문입니다.

교육부 축소(폐지)는 시대적 과제

이제, 교육부를 폐지하든 축소하든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국민적인 합의가 만들어진 셈입니다. 국가 수준의 교육 행정을 담당할 기구는 어떤 것이어야 할지, 국가 수준의 교육정책을 논의하고 국민적인 합의를 끌어내기 위한 기구는 어떤 것이어야 할지에 대한 처방에서 후보자 간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문재인 후보는 초중등교육은 시도교육청으로 이관하고 교육 개혁 합의 도출을 위한 국가교육회의를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설치하고 교육부는 그 기능을 크게 축소하겠다고 했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장기적 교육제도를 설계하는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지원처를 설치하는 대신 교육부는 폐지하겠다고 했습니다.

심상정 후보는 교육미래위원회를 설치하고 교육부는 집행과 관리 역할로 기능을 축소하겠다고 했습니다. 유승민 후보는 교육부는 교육복지와 평생학습 등을 담당하도록 축소하고 중장기 교육정책은 미래교육위원회에서 수립하도록 한다는 공약을 내놓았습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이 27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적용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식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이 27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적용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 교육부는 지금까지 ‘교육통제부’의 역할을 해 왔습니다. 중앙집권적인 교육행정 권한을 행사하면서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온갖 통제와 규제를 일삼아 왔습니다. 특별교부금을 통해서 국회의원들을 요리하고, 시도교육청의 사업 예산을 통제하며, 말 잘 듣는 대학에 더 많은 예산을 지원하는 등 횡포에 가까운 교육 현장 통제로 자율과 자치를 짓밟는 부처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따라서 지금까지와 같은 교육부는 당연히 폐지되어야 합니다. 학교와 교사(교수)들을 통제하는 교육부, 소수의 중앙 관료들의 자리보전을 위한 장치로서의 교육부는 없어져야 마땅합니다. 다만, 교육부를 없앤 자리에 국가수준의 교육 정책과 행정을 담당할 부서로 어떤 기구를 둘 것이냐가 첫번째 문제입니다. 문재인, 유승민, 심상정 후보는 역할이 축소된 교육부를, 안철수 후보는 교육지원처를 제시했습니다.

교육부, 국가 수준 교육행정 전담 기구로 재정립

지난 역대 정권에서 교육부는 시도교육청과 학교, 교사들의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교육활동을 촉진하고 지원하는 부서가 아니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한 누리과정 무상교육 예산 확보를 시도교육청에 막무가내로 떠넘긴 일, 시대착오적인 역사 국정교과서를 만들어 특정한 역사관에 의한 역사교육을 획일적으로 하겠다고 밀어부친 일 등은 이 나라의 교육부가 누구를 위한 교육부인지 온국민에게 각인시켜 주었습니다.

많은 대선주자들이 교육부 폐지 또는 축소를 공약하는 것은 그와 같은 교육부의 민낯을 확인한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까지와 같은 교육부가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국가 수준의 교육 행정을 총괄하는 부서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내각 안에 교육부 자체를 없애고 국가교육위원회나 다른 특별한 기구를 둬서는 국가 수준에서 해야 할 고유한 교육행정 사무를 처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통령과 정부를 대표하면서 입법부를 상대로 행정부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관철시킬 기관, 기획재정부 등과 교육예산 확보를 위한 협상을 해야 할 집행 책임 부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아울러, 내각 전체가 참여하는 국무회의에서 중요한 교육 정책 아젠다를 관철시키고, 타부처들의 공감 또는 협력을 얻어내는 일,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서 교육부와 다른 부처와의 융합적인 국가 프로젝트 추진 등을 책임지는 부서가 없어서는 안 됩니다.

국가가 교육을 책임지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수준에서 꼭 해야 할 교육행정 업무가 있습니다. 예컨대, 교육부가 꼭 해야 할 업무는 다음과 같습니다.

△국가적인 교육 철학과 목표 수립, 중장기 교육 비전 수립 사무 (국가교육위원회와 협력)

△교육 관련 법령의 제정, 개정 또는 폐지 등에 관련된 사무 (국회와 협력)

△국가 수준 초중고 교육과정 수립 및 실행 및 교육과정 개편에 관한 사무

△교육예산을 충분히 확보해 시도별, 학교별로 균형 있게 배분되도록 하는 사무(국회와 협력)

△국가가 책임지는 보편적인 교육복지 확대를 위한 사무(무상교육과, 무상급식, 누리과정)

△시도간, 도농간의 교육 시설과 여건의 차이를 줄이고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사무

△국가 수준의 평생교육 계획 수립 및 시행 지원 사무

△국가 수준의 인력 양성 정책 수립 시행, 대학교육, R&D 관련 부처 연계 및 협력 사무 등

위와 같은 사무의 대부분은 교육 문제만 분리해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각 부처 간의 조율과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쳐서 확정되고 실행되어야 하는 집행 사무라는 점에서 국가교육위원회 등 계선 조직이 아닌 별도 기구가 담당하기 어려운 일들입니다.

차기 정부에서 교육(통제)부를 없애고 진정한 의미의 교육(지원)부를 세우려 한다면, 위의 업무와 같은 필수적인 국가 교육 사무만을 담당하도록 하고 초중등 교육의 집행에 관한 대부분의 사무는 시도교육청으로 이관해야 합니다. 특히, 1조5천억에 달하는 특별교부금을 통해서 시도교육청의 예산 편성에 개입해 왔던 지금까지의 관행을 과감하게 없애는 조치와 함께 시도교육청 부교육감 역할을 교육부 관료들이 해왔던 관행 등을 과감하게 없애야 합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심의 의결기구로

교육부가 입법부에 대응하면서 국가 교육정책의 실무적 집행을 담당하는 기구라면, 국가교육위원회는 중장기적인 교육개혁 과제나 국가적인 교육비전 등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기구입니다. 교육부가 대통령과 의회를 바라보고 일한다면 국가교육위원회는 국민을 바라보고 일해야 합니다. 국가교육위원회가 만들어 낸 정책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 의해서 실행되거나, 국회에 회부되어 입법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해관계의 대립이나 정파적 견해 차이가 있는 정책 과제들은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충분히 토론해 다듬어서 합의에 이르게 됩니다.

역대 정권에서 대통령 자문기구로 교육개혁위원회 또는 교육혁신위원회 등이 있었지만 김영삼 정부의 교육개혁위원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습니다. 대통령의 자문기구는 위상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고 역대 대통령들이 교육개혁에 큰 힘을 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한편으로 관료 조직의 메카니즘이나 교육 행정의 작동 원리를 잘 모르는 학자나 이론가들이 위원회를 주도하면서 교육부 관료조직에 휘둘렸다는 점도 이유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교육의 대개혁을 이루어내려 한다면, 차기 정부의 국가교육위원회는 실천적인 전문성과 추진력을 가진 사람들로 취임 직후에 서둘러 구성해야 합니다. 일정한 수의 초중등과 대학 교육 전문가를 기본 멤버로 하면서 각 정당을 대표하는 인물, 경영자 협회나 노동조합을 대표하는 인물, 청소년 단체부터 교원·학부모 단체를 대표하는 인물 등으로 구성해야 합니다. 교육에 대한 전문성을 담보하면서, 개혁 방향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으려면 외압으로부터 자율적이어야 하며 심의 의결권을 가져야 합니다.

교육부 장관 직속의 ‘교육개혁 추진단’도 필요

차기 정부 교육개혁의 핵심 과제는 기존의 교육부 조직을 전면 개편하고 완전히 새로운 기능과 역할을 담당하는 부서로 새로 세우는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집권 초기에 대통령선거 과정에 국민적 공감과 지지를 받은 단기적 공약들을 차질 없이 집행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과 교육부 장관과 긴밀히 교감하면서 개혁과제들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기 위한 ‘엔진’으로서 ‘교육개혁추진단’(가칭)을 설치할 필요가 있습니다. 초중고와 대학 교육현장에서 오랜 동안 교육개혁을 위해 노력해 온 개혁적인 인물들을 ‘교육개혁추진단’에 기용하여 과제별로 TF를 구성하고 관련 부서나 산하기관, 국가교육위원회 등과 협의하면서 집행을 담당하도록 해야 합니다.

차관급의 교육개혁추진단장은 개혁 마인드와 추진력을 가진 민간 전문가를 기용해야 합니다. 추진단장은 교육부 차관과 협력하여 민과 관의 협력과 협치를 촉진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가져야 합니다. 교육개혁추진단은 교육부 장관이 개혁 정책을 흔들림 없이 수행하도록 하는 참모진 역할이자 국민의 교육개혁 요구를 대변하는 대변자 역할을 해야 합니다. 따라서 교육개혁추진단은 주요 개혁 과제별로 최고의 전문가, 교육단체나 시민단체 관계자, 공무원 등이 함께 TF를 구성해 협업과 집단사고를 하도록 해야 합니다. 현장 전문가들의 창의력과 개혁에너지, 공무원들의 행정 경험과 추진력이 적절히 결합될 때 교육개혁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교육개혁의 시대정신은 분권·자치·협치

차기 정부의 교육개혁이 실현해야 할 시대정신은 ‘분권’과 ‘자치’와 ‘협치’입니다. 대통령과 교육부 장관, 교육부 관료들이 시도교육청과 학교를 통제하고 지시했던 교육을, 현장 전문가와 교육 주체, 공무원들의 자치와 협치를 통해서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육부 관료들이 초중고교에서 대학까지 획일적이고 중앙집권적인 정책을 강요했던 낡은 행정 패러다임을 버리고 새로운 행정 패러다임을 실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24일 정부세정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 참석한 교육감들이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정부세정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 참석한 교육감들이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를 위해서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교육부가 좌우해 왔던 권한을 대폭 시도교육청과 학교, 교사들에게 이관하는 것입니다. 교육부는 국가적 교육목표의 설정과 재원의 배분에 집중하고 구체적인 실행은 시도교육청과 학교, 교사들에게 전적으로 맡겨서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방법으로 국가적인 교육목표를 달성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시도교육청들 또한 교육감 개인이나 교육청 관료들에 의한 상명하달식 행정을 폐기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대통령과 교육부에서 시도교육청과 학교에 이르기까지 교육행정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행정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위해서는 교육행정 주체들의 거대한 합의가 필요합니다. 대통령부터 교육부 장관과 17개 시도교육감들까지 ‘분권’과 ‘자치’와 ‘협치’의 시대정신을 충분히 이해하고 새로운 행정 패러다임을 함께 실현하기로 합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저는 차기 대통령이 취임 후 빠른 시일 안에 17개 시도교육감들과 원탁토론을 하고 공동의 비전을 세우고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수립할 것을 제안합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고위 관료들이 배석한 가운데 워크숍 형태로 토론하고 숙의하고 사회적 협약으로까지 발전시킬 수 있다면 금상첨화입니다.

초중고 교육은 17개 시도교육청 교육감들과 함께 협치하고, 대학 교육은 대학교육위원회와 대학 구성원들과 협치하면서, 학교와 교사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교사나 교수들은 학생들의 참여와 자치를 보장하고 자율적인 학습활동을 촉진할 때,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적인 교육이 꽃피어나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분권과 협치를 이해하고 강력하게 실현시키는 것이야말로 차기 대통령이 가져야 할 가장 큰 자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새로운 교육세상을 만드는 최초의 ‘교육대통령’이 되어주시길

세계 최악의 수준에 머물고 있는 갖가지 지표들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대한민국 교육은 더 이상 지금과 같이 방치해서는 안 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를 위해서 한국 교육은 완전히 새로 세워져야 합니다. 그렇게 되려면, 대통령과 교육부장관, 국가교육위원장, 교육개혁추진단장은 오직 국민들과 어린이 청소년들의 편에 서서 흔들림 없이 개혁 정책을 실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차기 정부에서, 완전히 새로워진 교육부, 국민적인 지지를 받는 국가교육위원회, 흔들림 없는 개혁정책 실행의 든든한 언덕인 교육개혁추진단, 분권과 자치의 원리에 따라 내려온 행정 권한을 다시 학교와 교사와 학생들에게 내려보내는 시도교육청 등이 적절히 조율하고 견제하고 화합하면서 교육개혁을 반드시 성공시켜 주기를 기대해봅니다.

안승문 서울시 교육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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