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씨가 4월27일 사자명예훼손사건재판 인정신문에 출석하기 위해 광주지법에 들어서고 있다.<한겨레>자료사진
‘전두환 흔적 없애기’가 최근 뉴스가 되고 있다. 녹화사업 피해자들로부터 또 다른 소송도 제기되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하지만 우린 아직도 떳떳하고 건재한 그를 마주해야 한다.
전두환 등 내란 행위에 대한 1997년 4월17일 대법원 판결은 죽비 소리였다. 최근 광주광역시청에서 내놓은 “5·18 민주화운동 관련 용어 정비계획”에 의하면, ‘역사적 사실에 맞게 사법부 최종 판결에 의거해 5·18 용어를 바로잡겠다’는데, 환영한다.
대법원 96도 3376 전원합의체 선고에 따르면 “12·12는 군사반란, 반란과 내란이 성공한 쿠데타에 해당하여 ‘처벌할 수 없다’는 법리는 존재하지 않고, 5·18은 국민이 헌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한 행위이며, 전두환 등은 군형법상 반란죄, 형법상 내란죄 및 내란목적살인죄에 해당하고, 5·18에 대한 폭동적 시위진압행위”로 판결하였다.
판결문에는 “헌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일어난 광주시민에 대한 잔인한 시위진압으로 학살한 행위는 폭력을 통해 국민과 정부를 핍박하고 권력을 탈취하려고 한 국헌문란의 목적을 지니고 있었다”고도 했다.
공자님 말씀처럼 정명(正名)은 반드시 필요하다.
언론에서도 ‘전 대통령’이나 ‘전씨’로 부르는 전두환은 앞으로 “내란 수괴”나 “내란목적살인자”로 부르자. 사법부 최종 판결에 의거해 12·12 사태도 “12·12 군사쿠데타”로 명명하고, 신군부도 “(군사)반란군부”로 불러야 한다.
광주 금남로에 몰려와 5·18 왜곡하는 세력도 ‘극우’ 등으로 부르나, 앞으로는 “내란 추종세력”으로 부르면 될 일이다. ‘5·18 민주화운동’으로 명명되었으나 왜곡과 폄훼가 심하여 처벌법까지 논하는 즈음이기에 명징한 용어 사용이 절실해 대법원 판결에 따라야 한다.
나는 당시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자괴감에 가급적 회피하곤 하였지만, 5·18 관련해선 분통이 터진다. 바로잡아야 할 사항이 한둘이 아니지만 ‘민주화운동’이라는 명칭도 어정쩡하여 우리는 여태껏 ‘민중항쟁’을 사용하거나 아예 ‘5·18’로만 쓴다.
사면을 통하여 잔여 형기를 면제시켰다지만 참회하지 않고 있기에 인적·제도적 청산에 앞서 바른 용어부터 사용해야 하겠고, 진상규명을 통해 지체된 정의를 실현시켜야 한다. 특히 ‘말하기’와 달리 ‘글쓰기’는 실수나 거짓이 없겠는데, 내란 수괴 전두환(89)은 회고록을 내며 헛소리를 하면서 명예훼손도 해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5공 비리와 광주학살을 주도한 혐의로 무기징역과 2205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지만, 지금까지 1천억원 넘는 추징금 납부도 회피하고 있다.
5·18진상규명특위가 열렸으니 가해자 진술을 받아 제대로 된 정식 보고서가 나오길 기대한다. 5·18 이후 가해자가 12년 지배하면서 국가폭력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피해”당했다는 주장이 우선이었으나, 40주년을 맞아 저항을 일으킨 정신을 되살려 어떤 “저항”을 했는가도 정리해 볼 때다.
한상석 ㅣ (사)5·18서울기념사업회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