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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G7 해프닝과 무거운 과제

등록 2021-06-23 15:24수정 2021-06-24 02:38

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 등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 제공
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 등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 제공

전정윤ㅣ국제부장

한국이 지난 11~13일(현지시각) 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카비스베이 양자회담장에서 주요국 정상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찍은 기념사진을 보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와는 또 다르게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격상됐음을 새삼 절감할 수 있었다.

한국 대통령이 국제 외교무대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기사로나마 접하고 싶었던 독자들은 문 대통령 관련 G7 보도가 너무 적다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G7이 열린 영국과 한국의 시차가 있는데다, 통상 언론사들의 뉴스 생산량이 급감하는 주말에 회의가 열렸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적잖게 영향을 미쳤지만, 그걸 해명이라고 내놓기엔 피차 구차한 일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단순한 해프닝일 수 있는 G7 관련 기사에도 일희일비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G7에 초청받은 것 자체가 대외적 위상을 보여주는데, 문 대통령이 G7+초청국 사진에서 맨 앞줄에 선 것이 위상 덕인지 의전 탓인지가 논란이 됐다. 정부가 홍보 포스터에서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을 잘라내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의 위치를 돋보이게 하는 사진을 쓰는 바람에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

<한겨레>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으나, G7 기사와 관련한 이런저런 해프닝이 있었다. 가령 국제부는 지난 14일 ‘G7 정상들 “미국의 대북외교 환영…북, 대화 나서길”’ 기사에 G7 사진만 첨부해 모바일과 웹에서 배포했다. 굳이 의도랄 게 있었다면, 해당 기사는 초청국이 아닌 G7만의 공동성명을 다룬 내용이어서, 기사 내용에 부합하는 G7 사진을 썼을 뿐이다. 그러나 해당 기사에는 마음에 안 드는 기사에 으레 따라붙는 ‘기레기’ 표현과 함께 차마 지면에 담기 어려운 험한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주로 ‘악의적으로’ 문 대통령이 없는 사진을 쓴 ‘불순한 의도’를 질타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국내 정치 뉴스를 다루는 정치부에서 출고한 모든 G7 기사엔 문 대통령이 환하게 웃으며 주요국 정상들과 회담하고 기념촬영 하는 사진이 첨부돼 있었다. 국제부는 국제 기사 내용에 적합한 사진을 썼을 뿐이었다. 괜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사진을 교체해야 하는 건지, 괜히 교체했다가 애초에 있지도 않았던 ‘의도’를 독자들이 더욱 확신하게 되는 건 아닌지 판단이 쉽지 않았다. 독자들의 비판에 어떻게 대응해야 좋을지 고심하고 있던 때, 디지털 독자와의 소통에 능한 선배가 솔로몬의 지혜를 주었다. “그냥 G7+초청국 사진을 하나 더 붙여요.”

다른 언론사들도 G7 사진으로 질타를 받은 모양이었다. 우리나라 대통령 사진은 안 걸고 일본 총리가 가운데 있는 사진을 썼다며 “일본 방송이냐”는 항의를 받은 한 방송사는 아예 해명 영상을 따로 제작해 구구절절 이유를 설명했다. 해당 영상의 유튜브 조회수는 1주일 만에 42만번을 기록했다. 나름 친절하게 잘 만든 해명이라고 생각했는데, 댓글창을 열어보니 첫 댓글이 “조작, 왜곡이 아닌 ‘명백한 의도’였다라고 잘 이해했습니다”였다.

언론과 독자의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었다면, G7 사진은 애초 논란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향후 우리나라에 두고두고 중요한 이슈가 될 G7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에 집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사진이나 기사 개수 논란에 가려져 안타까움이 크다.

<한겨레>를 포함한 주요 일간지들이 14일치 1면에서 다뤘듯, G7 공동성명에 담긴 날카로운 중국 견제의 말들은 한국에 큰 고민이 될 것이다. 경제적·지정학적 이유로 중국을 마냥 적대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G7 공동성명 내용을 우리 외교정책에 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비록 <한겨레> 등 주요 언론의 보도가 빈약했으나, 콘월의 바다와 해변과 거리로 몰려든 수천명의 시위대가 G7 정상들을 겨냥해 외친 구호들 역시 이제 한국이 G7과 함께 책임져야 할 당면과제가 됐다. “기후위기에 당장 대응하라” “펀딩 기후 지옥(기후변화 대응 국제기금에 투자하라)” “에티오피아 티그레이의 내전과 기아를 멈추게 하라” “우간다가 피를 흘리고 있다” “팔레스타인 탄압을 중단하라” 화려한 G7 외교무대가 막을 내린 뒤, G7에 초청받은 위상에 걸맞게 짊어져야 할 무거운 과제들이 우리의 책가방에 잔뜩 담겼다.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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