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철 | 서비스총괄
지난해 12월31일부터 한겨레 누리집(hani.co.kr)이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컴퓨터 모니터에서 첫 화면을 보자면, 하얀색 여백이 더 넓어졌습니다. ‘한겨레’ 제호는 좀 작아졌습니다. 기사를 클릭해 보겠습니다. 역시 하얀색 바탕이 이전보다 넓습니다. 기사 본문이 좀 더 모니터 한가운데에 배치됐고요, 줄 간격도 넓어졌습니다. 기사 마지막 부분에 기자들 사진과 ‘구독’ 버튼이 눈에 띕니다.
“여백이 너무 넓다”, “첫 화면에서 고를 수 있는 기사가 너무 적다”, “한겨레가 어떤 기사에 공을 들였고, 어떤 기사를 강조하고 싶은지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이번 누리집 개편의 ‘화두’는 두가지였습니다. ①페이지가 좀 더 빨리 열려야 한다. ②기사를 좀 더 편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 사실 ①은 찰나에 가까운 시간이 줄어들었기에 저도 체감하진 못하고 있습니다. ②의 효과를 노려서 여백을 늘렸습니다만, 새 디자인이 눈에 익숙해질 무렵이면 체감 효과는 더 떨어질 것으로 각오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에서는 이런 변화를 알아차리기 더 어렵습니다. 새 누리집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분들도 많겠지만, 저는 이미 이전 누리집이 기억조차 희미합니다.
누리집 개편은 사실 개편 이후부터가 더 어렵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오류와 에러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이를 바로잡는 과정이 필연적으로 뒤따르기 때문입니다. 12월31일부터 오늘까지 한겨레 누리집 편집을 맡은 뉴스서비스팀과 유지·보수를 책임진 플랫폼기술부 구성원들은 쉴 틈 없는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앞으로도 당분간 그럴 것 같습니다. ‘독자가 콘텐츠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최우선으로 처리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대응 중입니다.
바뀐 모습에 적응하느라 혼란스러운 독자에겐 변명 같겠으나, 겉모습보다 내용물들의 변화를 눈여겨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누리집 개편과 함께 새로운 디지털 전용 콘텐츠를 준비했습니다. ‘오직 한겨레에서만’이라 이름 붙이고 28개 새로운 콘텐츠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5~6개 콘텐츠가 정해진 시각에 공개됩니다. 모아놓고 보면 방송사 편성표와 비슷합니다.
‘원하는 때에 원하는 방송을 보는(VOD, Video On Demand) 시대에 무슨 편성표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정해진 시각에 독자를 모니터나 스마트폰 앞으로 불러 모으겠다’는 무모한 결의는 아닙니다. 독자가 원하는, 독자에게 유용한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다짐에 가깝습니다. 여러 경로로 한겨레 독자들이 원하는 콘텐츠의 내용과 형식들을 조사했는데요, 성별이나 나이에 따라 독자들의 기대치가 다양했습니다. 편성표를 이 기대들에 부응하기 위해 독자와 맺은 약속이자 이를 실행하는 스케줄로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그 모든 콘텐츠를 하나하나 설명하고 싶지만 시공간의 제약 탓에 오늘은 두가지만 소개하겠습니다. 정의길의 글로벌 파파고(월 오전 10시)와 쩐화위복(화 오전 11시)입니다.
한 포털의 언어 번역 프로그램과 이름이 닮은 ‘글로벌 파파고’는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국제뉴스를 쉽고 친절하게 ‘번역’하는 콘텐츠입니다. 파파고(papago)가 국제 공용어인 에스페란토라는 사실 아셨나요? 앵무새란 뜻인데요, 특정 사건이나 인물, 단체를 키워드 삼아 지저귀는 앵무새처럼 국제뉴스의 행간을 풀어드립니다. 파파고 역할을 맡은 정의길 선임기자의 설명도 알차지만 파파고의 입을 열게 만드는 큐(Q)의 역할도 눈여겨봐주시길 기대합니다.
‘쩐화위복’은 말 그대로 돈에 대한 이야깁니다. 30대 금융팀 기자 3명이 금융경제와 재테크를 공부하면서 얻은 지식과 정보를 공유합니다. 월 소득의 5%를 겨우 저축하던 재테크 초보들의 성장 드라마를 지향합니다. ‘독자에게 유용하면서도 이해하는데 부담스럽지 않은’ 경제기사 쓰기, 참 어려운 일인데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심정으로 만들겠다고 합니다. 어렵고 딱딱한 용어는 들어설 자리가 없을 겁니다.
콘텐츠는 독자와 함께 만들어야 합니다. 평가하고 반응해주시면 끊임없이 개편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