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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인류 최초 여성 박사, 성당에서 학위를 받았다

등록 2021-06-24 15:02수정 2021-06-25 02:36

[나는 역사다] 엘레나 코르나로 피스코피아(1646~1684)
엘레나 코르나로 피스코피아(1646~1684)
엘레나 코르나로 피스코피아(1646~1684)

17세기 사람 엘레나 코르나로 피스코피아는 공부를 잘했다. 그런데 재능이 묻힐 뻔했다. 아버지는 베네치아의 명문 귀족, 어머니는 가난한 농민. 신분의 차이가 컸다. 엘레나 코르나로가 태어날 때도 둘은 정식 부부가 아니었다. 몇년 후 두 사람이 정식으로 결혼하고서야 자녀들은 혼외자가 겪을 무서운 차별을 피해 갈 수 있었다.

아버지는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엘레나 코르나로의 재능을 알아보고 어릴 때부터 좋은 선생님을 붙여주었다. 딸은 이탈리아어 말고도 그리스어, 라틴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히브리어, 아랍어 등 일곱 나라 말을 술술 했다. 20대 초반에 스페인어 신학 서적을 번역했다.

엘레나 코르나로는 신학을 깊이 공부하고 싶었다. 그때는 신학이 최고의 학문으로 인정받던 시절이었다. 파도바 대학에서 신학 박사를 받으려 했는데 성직자가 반대했다. 여성이라는 이유 때문이리라. 결국 아리스토텔레스 연구로 철학 박사가 되었다.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너무 많아 대학 건물이 아니라 큰 성당에 가서 학위 심사를 했다고 한다. 1678년 6월25일은 최초의 여성 박사가 학위를 받은 날이다.

음악과 수학에도 뛰어났다. 아버지는 엘레나 코르나로가 좋은 귀족 가문과 결혼하기를 바란 것 같다. 농민 어머니를 둔 그가 귀족 남편을 얻었다면 신분 차별에 맞섰다는 의미는 있었을 터이다. 그런데 엘레나 코르나로는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 신학 공부를 계속하며 재속 수녀의 삶을 살기로 집안사람들 몰래 서원했다. 이렇게 엘레나 코르나로는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살았다. 자선 사업도 공부도 지나치게 열심이었다. 건강을 해친 것도 그래서였다. 서른여덟 이른 나이에 세상을 뜨자 이탈리아 여러 도시국가에서 사람들이 그를 애도했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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