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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미국판 ‘역사전쟁’의 중심에 선 남군 총사령관

등록 2024-01-18 19:10

 

[나는 역사다] 로버트 리 (1807~1870)

로버트 리는 흑인 노예를 불쌍하게 생각했지만 노예제도에 반대하지는 않았다. 미국 남부 백인 남자였으니까. 1861년 남북전쟁이 터지자 리는 남부연합군 총사령관이 됐다. 게티즈버그전투 등 중요한 싸움에서 남군을 이끌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남부 백인들의 존경을 받다가 1870년 세상을 떠났다.

노예제가 폐지된 뒤에도 흑인은 차별을 받았다. 1950~1960년대 민권운동이 거세게 일어났다. 이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이 1968년 암살당한 마틴 루서 킹 목사다. 미국 정부는 그가 태어난 날(1929년 1월15일)을 기념해 1월 셋째 주 월요일을 국경일로 지정했다.

미국 남부 백인우월주의자들은 ‘마틴 루서 킹 데이’가 못마땅했다. 마침 리 생일이 1월19일이었다. 남부 몇몇 주가 ‘로버트 리 데이’를 기념일로 삼았다. 흑인 민권운동가 기념일에 노예제 유지를 위해 싸운 남군 지휘관 기념일로 맞불을 놓은 셈이다. 그렇게 1월 셋째 주 월요일을 ‘마틴 루서 킹과 로버트 리 데이’로 쇠는 남부 사람이 있다.

이들은 리와 ‘남부 영웅들’이 노예제도 유지를 위해 내전을 일으켰다는 사실도 감추고 싶어 했다. 그래서 ‘잃어버린 대의’라는 신화가 등장했다. 남북전쟁은 북부의 침략자들에 맞서 남부의 생활방식을 지키려는 ‘대의’ 때문에 일어났다는 억지 주장이다.

미국 곳곳에 서 있는 리의 기념물 역시 논란거리. 2017년 샬러츠빌에서는 리 동상 철거를 주장하는 평화시위대에 백인 파시스트가 차를 몰고 돌진해 무고한 시민들이 죽거나 다쳤다. 하지만 2020년 5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청년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관한테 목이 눌려 사망한 뒤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이 일어났고, 그 여파로 2021년 9월 버지니아주 주도이자 남부연합 수도였던 리치먼드에 서 있던 12m 높이 로버트 리 동상이 철거됐다.

한편, 2018년 리를 찬양하는 발언을 했던 도널드 트럼프가 올해 11월 공화당 후보로 대통령 출마가 유력하다. 미국판 ‘역사전쟁’의 중심에 로버트 리가 있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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