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스타드는 스페인어로 ‘우정’이라는 뜻이다. 19세기 스페인 국적의 배 이름이기도 했다. 배는 1839년에 쿠바를 떠났다. 피부가 검은 사람이 쉰명 넘게 타고 있었다. 인신매매 당해 노예로 팔려온 사람들이다. 사슬에 묶여 배 밑창에 갇힌 채 앞일을 두려워했다. “너희를 죽이고 요리해 먹을 거란다.” 요리사는 이들을 놀리기까지 했다. 마침내 이 사람들은 들고일어났다. 백인 선장을 죽이고 배를 빼앗았다(요리사도 죽였다). 아미스타드호의 선상 반란, 7월2일 무렵의 일이다.
배에는 백인 농장주 두 사람이 승객으로 타고 있었다. 배를 빼앗은 사람들은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었고, 이 두 사람에게 배를 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으로 몰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백인들은 엉뚱한 북쪽으로 배를 몰았다. 일부러 미국 해군에 나포당했다. 백인 나라가 백인 편을 들어주겠거니 기대했을 터이다.
이 사건은 반전에 반전이 있다. 스페인 쪽에서 배와 사람을 내놓으라며 소송을 걸었다. 여러 해 걸린 재판 끝에 미국 재판부는 스페인의 요청을 거절했다. 백인 선장을 죽인 것도 정당방위로 인정받았다. 배에 있던 흑인들은 자유를 되찾았고 미국 사람들이 모아준 성금으로 고향에 돌아갔다.
미국 사람들이 뿌듯하게 생각하는 역사이기도 하다. 스필버그 감독이 영화로도 만들었다. 그런데 나는 엉뚱한 일이 궁금하다. 배의 국적이 스페인이 아니었다면 일이 어떻게 풀렸을까? 당시 스페인과 미국의 사이는 지금 러시아와 미국보다 고약했다. 이 무렵 미국 땅에 살던 흑인 노예들은 자유를 위해 미국의 백인과 싸웠다. 1831년에 냇 터너가, 1859년에 존 브라운이 무장봉기를 일으키고 목숨을 잃었다. 두 사건 다 이 칼럼에서 다룬 적 있다.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