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미얀마와 함께 8888 / 박민희

등록 2021-08-03 15:06수정 2021-08-03 15:11

1988년 8월8일 미얀마에서 군부 독재에 맞선 시민들의 항쟁이 시작됐다. 1962년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군부는 ‘버마(미얀마)식 사회주의’를 내걸었으나 실제로는 산업을 국유화한 뒤 군부가 모든 이익을 독점했다. 군부의 약탈적 화폐 개혁과 경제 실정으로 시민들은 극심한 빈곤에 내몰렸다. 양곤에서 대학생들의 시위로 시작된 반군부 시민운동은 두달 동안 전국 곳곳에서 백만명이 참여하는 시위와 파업으로 확산됐다. ‘8888 민중항쟁’이다. 한국의 87년 민주항쟁과 비슷한 시기에 미얀마 시민들도 민주화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거리로 나섰지만, 군부는 3천명 이상을 잔인하게 학살하고 저항을 짓밟았다.

33년이 흐른 지금도 미얀마인들은 포기하지 않고 싸우고 있다. 지난 2월1일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지 6개월, 군부의 탄압은 잔인했다. 저항운동에 나선 이 가운데 940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그 가운데 약 80명이 어린이다. 6900여명이 체포됐고, 집을 잃고 난민이 된 이들도 25만여명이라고 한다. 군부의 잔혹한 폭력에 대규모 거리 시위는 어려워졌지만 학생, 의료진, 교사, 공무원 등 많은 이들이 파업 등 ‘시민불복종 운동’을 포기하지 않고 있고 새벽 시위 등도 계속된다. 청년들은 소수민족 반군에 합류해 무장 투쟁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23일에는 정치범들이 수감된 양곤의 인세인 감옥에서 수감자들이 시위를 벌이는 영상이 온라인에 올라오기도 했다.

시민들의 저항을 꺾기 위해 군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방치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지난 6월부터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했지만, 군부는 검사와 치료, 백신 접종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쿠데타 반대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많은 의료진들이 감옥에 갇혀 있고 의료 체계는 마비되었다. 군부는 산소통 사재기를 막는다며 개인들의 산소통 구입도 제한했다. 저항운동에 참여했다가 투옥된 이들로 가득찬 감옥에서도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어려움 속에서 ‘8888 민중항쟁’ 33주년을 맞는 미얀마인들과 연대하기 위해 한국 시민사회가 ‘8888 공동행동’을 벌이고 있다. 미얀마의 전통 항의 방법인 냄비 두드리기에 착안해 물건을 두드리는 동영상을 사회관계망(SNS)에 올리는 릴레이 퍼포먼스에 많은 이들이 참여하고 있고, 8일에는 주한 미얀마 대사관과 무관부, 미얀마 군부와 사업을 계속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 앞에서 동시다발 1인 시위도 연다. 8일 오후 8시 줌으로 접속해 8888보를 ‘함께’ 걷는 행진도 열린다. 텔레그램(t.me/solidarity_in_korea)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외롭게 싸우고 있는 미얀마 시민들을 잊지 않고 함께 하려는 절실한 마음이 한국 민주주의의 힘이다.

박민희 논설위원 minggu@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그 폭동은 우발이 아니다…법원으로 간 ‘백골단’ 1.

그 폭동은 우발이 아니다…법원으로 간 ‘백골단’

난동인데…옹호 해야하는 국민의힘, 궤변 퍼레이드 [1월21일 뉴스뷰리핑] 2.

난동인데…옹호 해야하는 국민의힘, 궤변 퍼레이드 [1월21일 뉴스뷰리핑]

대추리의 싸움…평택 미군기지 확장 이전에 맞서다 3.

대추리의 싸움…평택 미군기지 확장 이전에 맞서다

혹시나, 계엄 성공했어도 내란죄 수사할 검사가 있었을까 4.

혹시나, 계엄 성공했어도 내란죄 수사할 검사가 있었을까

‘보수의 폭력’에 너무 관대한 나라 [박찬수 칼럼] 5.

‘보수의 폭력’에 너무 관대한 나라 [박찬수 칼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