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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할리우드와 블랙리스트

등록 2021-09-09 18:56수정 2021-09-10 02:35

[나는 역사다] 돌턴 트럼보(1905~1976)
돌턴 트럼보
돌턴 트럼보

무명의 작가 지망생 트럼보. 1925년부터 1934년까지 낮에는 글을 쓰고 밤에는 빵가게에서 빵을 포장했다. 그렇게 전업작가의 꿈을 키웠다. 잠시 밀주 거래에 손을 댔다는 이야기도 있다. 때는 금주법 시대, 갱들이 거리에서 총싸움을 벌이던 시절이었다. 같은 일을 하던 사람이 살해당하는 것을 보고 트럼보는 밀주 일을 그만두었다나. 그래도 이때 경험을 글로 써 작가로 처음 이름을 알렸다.

10여년 동안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시나리오 작가였다. 그러다가 시련이 닥쳤다. 1947년에 사상 검증이라는 광풍이 미국 사회를 덮쳤다. 트럼보와 좌파 영화인들이 반미행위조사위원회에 불려갔다. “너희가 아는 공산주의자들의 이름을 대라”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고, 트럼보는 “국회를 무시했다”는 이유로 열한달 동안 옥살이를 했다. 아이들은 좌파의 가족이라며 학교에서 따돌림 당했다. 가장 큰 어려움은 ‘블랙리스트’에 올라 글쓰기 일감을 받지 못하게 된 일이다.

작가에게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트럼보는 계속 썼다. 남의 이름이라도 빌려서 썼다. “그는 밤에 일했다. 종종 욕조에 들어간 채 일을 했다. 입에는 담배를 물고(하루에 여섯갑을 피웠다) 어깨에는 앵무새를 앉힌 채 일했다. 그가 타자기를 두드리면 앵무새가 트럼보의 귀를 쪼았다.” 트럼보를 돕던 배우 커크 더글러스의 회고다(앵무새도 그가 선물한 것이다).

많은 걸작을 남의 이름으로 세상에 내보냈다. 1953년에는 오드리 헵번이 주연한 <로마의 휴일>이, 1956년에는 <브레이브 원>이라는 영화가 아카데미 각본상을 탔다. 두번 다 다른 사람이 상을 받았지만 말이다. 1960년에는 스탠리 큐브릭이 감독하고 커크 더글러스가 주연을 맡은 영화 <스파르타쿠스>의 시나리오를 썼다. 이때부터 각본가 트럼보의 이름이 자막으로 올라왔다. 블랙리스트를 이겨낸 순간이다. 딸 미치 트럼보는 회상한다. “다 끝났다며 기뻐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어요.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아버지의 다른 동료들은 그때도 곤욕을 치르고 있었거든요.” 1976년 9월10일에 트럼보는 세상을 떴다. 2015년에는 그의 삶을 다룬 영화가 개봉하기도 했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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