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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코로나19 출구 앞, 비틀거리는 방역정책

등록 2022-02-23 18:15수정 2022-02-24 09:58

김부겸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관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부겸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관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편집국에서] 전정윤 | 사회정책부장

대선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애초 정부가 발표하는 어떤 정책인들 ‘정치’가 아닐 수 없고, 최대 국가 현안인 대선과 코로나19가 동시에 ‘정점’을 향해 치닫는 상황에서 ‘방역의 정치화’를 무작정 색안경 끼고 볼 일은 아니다. 코로나로 몸살을 앓아온 다른 나라들도 국내 정치적 상황이 정책적 판단의 주요 변수로 작용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팬데믹 2년을 마무리짓고 일상으로 돌아갈지 모르는, 동트기 전 어둠이 가장 짙은 때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더욱이 대선에 임박해서 내린 정책적인 결단은 선거의 결과로 고스란히 책임지게 될 것이기에, 이 시기 방역정책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18일 정부가 카페·식당 등 영업시간을 밤 9시에서 10시로 한 시간 연장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발표했다. ‘유행의 정점’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로드맵부터 내놓고 전문가와 국민을 설득했어야 하지만, 이 절차를 건너뛴 터라 ‘대선용 거리두기 완화’라는 의혹이 뒤따랐다. 전문가들은 준비가 덜 된 채로 정점을 앞당겨 의료시스템과 사회필수기능이 한동안 위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유권자인 소상공인들은 “독감 같은 오미크론”인데 1시간 완화로는 부족하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영업시간 연장 발표는 그저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16일 단계적 일상회복을 중단한 뒤 차분히 오미크론 파고에 대비할 시간이 있었다. 그럼에도 재택치료 의료체계 준비와 자가검사키트 공급, 정상등교(전면등교) 시행 등 중요하고 민감한 정책을 바꾸면서 번번이 타이밍을 놓치고, 입장을 번복하고, 지침을 수정하며 신뢰를 잃고 큰 혼선을 빚었다.

사흘 뒤인 지난 21일 방역당국은 스스로 그 이유의 단초를 드러냈다.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코로나19 ‘유행의 정점’을 2월 말~3월 중순으로, 그 규모는 14만명에서 27만명으로 예측했다. 2월 말~3월 초도 아니고 2월 말~3월 중순은 범위가 넓은데다, 하루 신규 확진자 최대 14만명과 27만명은 거의 두배나 차이가 나는데 이를 ‘정부 예측치’라고 발표한 것이다. 자료를 들여다보니 국내 8개, 국외 2개 등 총 10개 기관과 연구진이 예측한 수리 모형을 종합한 결과였다. 말이 좋아 ‘종합’이지, 10개 기관 예측 모형을 ‘나열’한 것에 불과했다.

모두가 유행의 정점에 관심을 갖고 언론이 매일 캐묻는 상황에서 수치 공개를 피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정점 전망이 틀리는 것도 두려웠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위험부담이 큰 질병관리청 시뮬레이션 결과 대신, 주요 연구진의 발표를 싹 다 모아 백화점식으로 늘어놓는 안전한 방법을 택했다. 물론 여러 연구진의 공통된 추계가 2월 말~3월 중순 정점에 도달하고 있어 ‘추계’를 보는 데 유용하고, 그 때문에 <한겨레> 역시 주요한 기사로 다뤘다.

하지만 확진자 수와 위중증·치명률 등 예측치는 진단 체계, 병상 확보, 재택치료 수준과 방식, 사회적 거리두기 등 주요 방역정책을 결정하는 ‘밑바탕’이 된다. 신뢰할 만한 여러 연구를 검토하되, 이를 따져보고 범위를 최대한 좁히려는 정책 전문가로서의 판단이 전제됐어야 한다. 또 다양한 변수로 인해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다면, 욕을 먹더라도 이를 설득해나가는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자세라도 보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날 발표를 보니, 오미크론 확산 이후 방역정책이 왜 갈피를 못 잡고 정치권과 여론에 휘둘렸는지 알 것 같았다. 방역당국의 태도에는 크게 두가지가 부족했다. 누구도 100% 장담할 수 없으나 현시점에서 우리가 가장 전문가라는 자신감, 정책적인 판단이 결과적으로 미흡하더라도 그 불가피성을 설득하고 책임지겠다는 자세다. 우리나라는 지난 2년간 방역당국의 전문성, 이에 의지한 정치권의 신속한 결단, 무엇보다 시민과 의료진의 희생과 연대에 바탕해 팬데믹 위기를 비교적 잘 대처해왔다. 이제 시민은 인내심이 바닥나고 정견이 갈라졌다. 대선을 앞두고 그런 시민의 마음을 붙들어야 하는 정치권은 제 코가 석자다. 방역당국의 말마따나 “코로나19 출구를 찾는 초입”까지 다 와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지금이야말로 방역당국의 자신감과 책임감이 절실한 고빗사위다.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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