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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상민 후보자님, ‘연루’가 아니면 무엇인가요

등록 2022-04-26 04:59수정 2022-04-26 10:12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편집국에서] 정은주 콘텐츠총괄

인사청문회를 앞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한겨레>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장관 후보자 쪽이 청문회 준비 기간에 언론의 검증 보도를 두고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일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한겨레>는 22일 형사사건 담당 판사에게 청탁을 해주겠다며 돈을 받은 인물의 ‘사건 청탁’에 이 후보자가 연루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기사는 법원 판결문을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공기업 직원인 ㄱ씨는 2014년 9월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기소되고, 2016년 8월에는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으로 참고인 조사를 받았습니다. 다급해진 ㄱ씨에게 ㄴ씨가 다가가 검사나 판사, 대법관 등에게 사건을 청탁해주겠다고 했습니다. 골프장 회장을 지낸 ㄴ씨는 ‘법조사건 브로커’ 정도는 돼야 언급할 수 있는 수준의 법조 인맥을 자랑했고, ㄱ씨는 그를 믿었습니다. 검찰은 2014년 11월~2016년 8월 41차례에 걸쳐 5억150만원을 ㄱ씨가 ㄴ씨에게 건넸다고 판단했습니다.

1심 판결문을 보면, ㄴ씨가 사건 청탁을 해주겠다고 말한 여러 법조인 이름이 나옵니다. 그중 한명이 2014~2015년 당시 법무법인 율촌 소속이었던 ‘변호사 이상민’입니다. ㄱ씨의 주장에 따르면, 그는 2014년 11월 ㄴ씨 소개로 이 후보자를 처음 만났습니다. 그 뒤 사건 담당 부장판사와 이 후보자가 대학 동기이기에 그를 변호사로 추가 선임해 판사에게 로비하겠다며 ㄴ씨가 7천만원을 요구했습니다. 2015년 10월에는 이 후보자를 통해 항소심 부장판사에게 로비하겠다고 4천만원을, 2016년 2월에는 법원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며 5천만원을 요구했습니다. ㄴ씨는 이를 부인했지만 1심은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법원이 유죄로 판단한 근거 중 하나가 이 후보자와 ㄱ씨, ㄴ씨가 주고받은 이메일입니다. ㄱ씨는 사건 담당 변호사도 아닌데 항소심 재판 중에 이 후보자에게 이메일을 보내며 끝에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잘 보아주시고 혜안과 지원 부탁드리옵니다.’ ‘이러한 기대 꼭, 현실에서 느낄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좋은 결과 낳을 수 있기를 간절히 지원 부탁드립니다.’ 1심은 “법적인 조언 이외에 다른 형태의 지원을 요청한 사실”이 있어 보인다며, ㄱ씨(검찰 쪽)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뒤집었습니다. “ㄴ씨는 2015년 10월부터 2016년 2월까지 이상민 변호사와 뇌물수수 사건 상담을 위해 약 10여차례 이메일을 주고받았는데, 이 변호사가 법무법인 율촌에서 퇴직하고 (2015년 11월) 권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에도 계속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그 이메일의 내용 등에 비춰보면 ㄱ씨가 ㄴ씨에게 변호사 선임 및 청탁 등 명목으로 돈을 교부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ㄱ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1심과 2심의 판단은 유무죄로 엇갈렸지만 달라지지 않은 사실이 있습니다. ①검사나 판사, 대법관 등에게 사건 청탁을 하고 싶었던 ㄱ씨와 이상민 후보자는 만났습니다. ②사건을 선임하지도 않았는데도 이 후보자는 사건 당사자와 의심스러운 이메일을 주고받았습니다. ③하물며 공직(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뒤에도 이메일을 계속 주고받았습니다.

<한겨레>의 이런 보도를 두고, 이 후보자 쪽은 “ㄱ씨와 ㄴ씨 사이에서 사건 청탁 명목으로 금원이 수수되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진 사건”인데 <한겨레>가 이 후보자의 ‘청탁 연루 사건’이라고 왜곡 보도했다고 항의합니다. 또한 “(사건 당사자와의) 이메일은 의례적인 답변”이었으며, “그 어떠한 대가를 받은 적도 결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후보자의 주장을 따르더라도 “사건 청탁” 사건에 이 후보자의 이름이 등장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공직자가 되고도 사건 당사자에게 “의례적인 이메일 답변”을 보냈습니다. 이것을 ‘연루’(남이 저지른 범죄에 연관됨)가 아니면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나요? 오는 28일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그 답을 듣고 싶습니다.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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