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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지퍼의 아버지들

등록 2022-04-28 15:57수정 2022-04-28 18:33

[나는 역사다] 지퍼 발명의 연대기(1854~)

①일라이어스 하우(아래, 1819~1867)는 지퍼를 처음 고안한 사람이다. 1851년이었다. 발명만 했고 사업은 하지 않았다. 하우는 재봉틀도 발명했는데, 그 발명 때문에 무척 바빴기 때문이다. ‘불우한 환경에서 재봉틀을 발명했지만 법적 다툼에 휘말려 제 몫을 받지 못한 비운의 발명가'라고 알려졌는데, 과장된 이야기다. 송사를 치른 끝에 재봉틀 사업의 수익을 나누어 받았고 덕분에 수백만달러라는 큰돈을 모았다(다행이다).

②휘트컴 저드슨(가운데, 1846~1909)은 한동안 지퍼 발명자로 알려졌다. 직접 만든 지퍼를 1893년 시카고 박람회에 출품했기 때문이다. ‘몸에 살이 많아서 단추 채우기 힘들어 지퍼를 발명했다'는 이야기가 이런저런 한국어 자료에 등장하지만, 아닌 것 같다. 그때 지퍼는 단추보다 약해 옷이나 장화에 달았대도 바로바로 터졌을 터. 저드슨 사진을 보면 그다지 살집이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등이 아픈 친구를 위해 구두 단추 대신 허리를 오래 숙이지 않아도 되는 지퍼를 발명했다'는 미담이 있는데, 이쪽이 사실에 가까워 보인다. 저드슨 스스로 “등이 아픈 환자에게 유용한 발명품”이라고 지퍼를 소개했기 때문이다. 사업화는 못 했다. 더 튼튼한 지퍼가 등장해야 했다.

③요즘 실생활에 쓰이는 지퍼는 기디언 선드백(위, 1880~1954)이 만들었다. 특허를 낸 4월29일(1913년)은 미국에서 ‘지퍼의 날'이다. 사업화를 성사시키기 위해 어려운 과제가 남았다. 페트로스키의 말처럼 “수요를 창출해야 했고, 단추나 다른 대체재보다 크게 비싸지 않아야” 했다. 선드백은 이 어려운 일에 매달렸다.

④지퍼라는 이름은 굿리치라는 회사의 작품이다. 1920년대 집(zip)이라는 유행어를 가져다 지퍼(zipper)라고 이름을 붙였다. 선드백의 제품을 구두에 달아 ‘지퍼 신발’이라며 팔았다. 지퍼로 가장 큰 돈을 번 회사는 일본의 요시다공업이다. 우리 눈에 익은 와이케이케이(YKK)가 그 회사 머리글자다. 한때 한국에서도 쓰던 ‘자쿠'라는 말은 ‘입는다'는 뜻의 일본어(着)에서 온 것 같다고, 와이케이케이는 밝히고 있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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