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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윤 대통령에게는 유능한 사람들

등록 2022-06-13 18:03수정 2022-06-14 10:47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편집국에서] 이주현 | 이슈부문장

2020년 말,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두 사람은 사사건건 충돌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특히 ‘조국 수사’ 이후 자신을 배제하고 진행된 검찰 인사에 몹시 분노했다고 한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윤 총장이 ‘능력 없는 검사들이 요직에 중용됐다’며 분을 참지 못했다고 전한다. 윤 총장은 사석에서 ‘부장검사도 못 할 이들이 자리를 꿰차고 앉아 있다. 저들을 싹 바꾸기 전에는 검찰을 떠나지 않겠다’며 울분을 터뜨렸다고도 한다.

윤석열 정부의 첫 인사를 보니, 윤 대통령이 말했던 능력의 기준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대통령실의 복두규 인사기획관, 윤재순 총무비서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주진우 법률비서관, 이원모 인사비서관, 강의구 부속실장을 비롯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완규 법제처장, 이노공 법무부 차관, 조상준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박성근 국무총리실 비서실장 등이 윤 대통령과 학연, 업연, 사적 인연(‘카풀’ 멤버)으로 얽혀 있다.

‘한번 내 사람이면 영원히 내 사람’이라는 게 윤 대통령의 용인술이라는데, 성비위 전력 등으로 논란을 빚은 윤재순 비서관을 자르지 않은 게 대표적이다. 이시원 비서관도 마찬가지다. 2013년 ‘간첩조작 사건’ 담당 검사로서 징계를 받은 이 비서관은 이후 대구고검에서 좌천성 발령이 난 윤 대통령을 만나 동고동락을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간첩조작 사건이 드러났을 때만 해도 ‘조작된 증거를 제대로 검증도 안 하고 법정에 낸 게 무슨 검사냐’며 비판적 입장이었지만, ‘불우했던 시절’의 인연을 잊지 않고 훗날 비서관으로 발탁했다.

측근 인사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많은 경우 검찰 인사에서 반복돼왔다. ‘인사 전문가’인 이병남 전 엘지인화원장은 평등성과 공평성이라는 보편직인 인사 원칙을 설명하면서 연줄 인사를 놓고 “하치 중의 하치”라고 했다. 그런 기준에서 보자면 검찰이야말로 인사 때 학연·지연·혈연에서 가장 자유롭지 못한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검찰 인사를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을 지낸 한 인사는 “모든 검찰 인사는 정실 인사다. 다만 그렇게 인사를 해서 좋은 성과를 내면 좋은 인사고, 아니면 나쁜 인사라고 평가받을 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온갖 연줄과 외압, 청탁 등에서 자유롭지 못한 검찰 인사에 대해 자조적으로 말한 것일 수도 있지만, 검찰 특유의 결과중심주의적 시각이 짙게 배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검수완판’(검찰과 수사관의 완전한 판)이라는 비판에도, ‘일을 잘하는 사람, 능력 있는 사람을 쓴다’는 윤 대통령의 인식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함께 일해보고 유능하다고 판단해 발탁한다는 ‘윤석열식’ 능력주의는 허점이 많다. 대다수 검사의 부러움을 받으며 뭉쳐진 ‘윤석열 사단’ 검사들은 ‘실력 때문에 이 자리에 왔다’고 생각하겠으나, 따지고 보면 특수부 위주의 근무연 자체가 연줄이다.

더욱이 정부 요직이 검사 일색으로 단일하게 채워지면 검사동일체라는 집단적 사고의 위험에 취약한 구조가 만들어지기 쉽다. 그런 맥락에서 안철수 의원이 ‘10명의 천재가 모인 기업’과 ‘전공·성별·나이가 다양한 10명’이 모인 기업의 경쟁력을 비교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인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은 설득력이 있다. 안 의원은 “천재 10명보다 다양성 10명이 이긴다. 너무 능력주의에 휩싸이다 보면 다양성이 가진 힘을 간과하기 쉽다”면서 조직의 구성원이 다양해야 사고의 범위가 넓어지고 리스크를 미리 검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검사와 대통령은 능력의 기준이 판이하게 다른 직업이다. 유능한 검사는 치밀하고 탄탄한 수사로 유죄를 입증해내면 그만이지만, 국가 지도자에겐 균형 감각과 포용이 훨씬 더 중요한 가치다. 대통령의 철학과 비전, 국민 통합 의지, 대외관계 관리 능력 등은 정량적 평가가 어려운데다 성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도 않는다.

권력의 속성은 남용하기 쉽다는 것이다. 너무 일찍 권력을 쥔 사람은 독단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정치 입문 1년도 안 돼 권좌에 오른 윤 대통령이 능력주의를 과신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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