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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마추어 야구 덕후, 미 프로야구계를 휘젓다

등록 2022-06-16 18:04수정 2022-06-17 02:37

[나는 역사다] 빌 제임스(1949~)

“야구 사랑이 이렇게 심한 줄 미리 알았다면 (결혼 전에) 헤어졌을지도 몰라요.” 아내 수전 매카시는 말했다.

“야구가 없었대도 나는 작가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야구가 존재하는 이상 나는 야구 아닌 다른 주제로는 쓸 수 없다.” 빌 제임스는 썼다. “자는 시간 빼고 거의 온종일, 나는 야구에 대해 생각한다.”

빌 제임스가 야구를 즐기는 방식은 남달랐다. 경기의 승패보다 야구라는 스포츠의 숨은 원리가 궁금했다. 식품회사 야간경비원 일을 하며 혼자 미국 프로야구를 연구했다. 예를 들어, 타점이 높다고 최고의 타자일까? 앞 선수들이 출루를 잘했다는 의미는 아닐까? 도루와 희생타는 좋은 작전이 아니다. 통계를 꼼꼼히 살펴보니 오히려 볼넷을 얻는 능력이 더 중요했다. 빌 제임스는 1977년부터 해마다 <야구 개요>라는 책을 내 야구에 관한 상식을 뒤엎었다.

“빌 제임스는 야구를 바라보는 새로운 지표를 창안해 (야구를 통계학적·수학적 방법으로 분석하는) 세이버메트릭스의 대부가 됐다.” 역학·통계전문가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의 평이다. “덕후가 세상을 바꾼 셈이다. 빌 제임스와 아마추어 덕후들이 메이저리그 야구라는 엘리트 스포츠를 거대한 데이터 산업으로 바꿨다. 안 그래도 규칙이 복잡한 야구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투덜대는 사람도 있지만.”

하마터면 묻힐 뻔했다. <야구 개요>는 첫해 고작 일흔다섯 부가 팔렸다. 야구계 주류 인사들은 그의 주장을 아마추어의 헛소리라며 무시했다. 빌 제임스가 세상의 눈길을 끌게 된 계기는 따로 있다. 그의 생각에 영향을 받은 야구인 빌리 빈이 데이터 야구를 실험해 놀랄 만큼 좋은 성적을 올렸기 때문이다.

빌리 빈이 이끌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팀의 2002년 시즌을 다룬 책이 마이클 루이스의 <머니볼>이다. 나중에 브래드 핏 주연의 영화도 나왔다. “<머니볼>은 이야기 논픽션의 매력을 보여주는 책이다.” 고나무 대표(실화기획사 팩트스토리)는 말한다. “엉뚱한 생각도 중요하지만 엉뚱한 생각을 현실에 적용하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가 이 책은 묻는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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