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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유희열과 사카모토 류이치 / 정혁준

등록 2022-07-03 15:45수정 2022-07-11 10:28

‘표절’의 사전적 정의는 ‘시나 글, 노래 따위를 지을 때 다른 사람의 작품 일부를 몰래 따다 쓰는 것’이다. 법률 용어라기보다 윤리적 개념으로 주로 쓰인다. 창작 작품 가운데 음악에서 표절 판단 기준은 크게 두 가지다. 노래 주제나 가사를 도용하는 경우와 멜로디와 코드를 도용하는 경우다. 멜로디와 코드는 주제나 가사보다 판단하기 애매한 경우가 많다.

사실 한국 가요계에서 표절 논란은 심심찮게 일어났다. 이런 표절 논란은 대개 국내에서 나온 노래와 기존의 외국 가수 노래가 유사한 데서 비롯됐다. 한국 가요계의 한 획을 그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곡 ‘난 알아요’(1992)도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이 노래는 독일 출신 듀오 밀리 바닐리가 1988년 선보인 데뷔곡 ‘걸 유 노 이츠 트루’와 상당 부분 유사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 노래가 외국에서 표절당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1982년 빌보드 차트에서 6주 동안 1위에 오른 제이 가일스 밴드의 ‘센터폴드’는 1975년 나온 송대관의 히트곡 ‘해뜰날’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센터폴드’ 전주와 클라이맥스 부분의 멜로디가 ‘해뜰날’의 주요 멜로디와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최근 가요계에서 표절이 다시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작곡가 겸 가수 유희열이 일본 영화음악의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 곡을 표절했다는 논란이다. 지난해 나온 유희열의 피아노곡 ‘아주 사적인 밤’이 1999년 선보인 사카모토 류이치의 피아노곡 ‘아쿠아’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논란이 일자 유희열은 사카모토 류이치에게 사과했다. 이에 사카모토 류이치는 “나도 존경하는 바흐나 드뷔시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은 몇몇 곡을 갖고 있다. 모든 창작물은 기존의 예술에 영향을 받는다. 거기에 자신의 독창성을 5~10% 정도를 가미한다면, 그것은 훌륭하고 감사한 일”이라며 사과를 받아들였다.

사카모토 류이치의 말은, 화가 파블로 피카소의 “유능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모방’은 작품을 그대로 베끼는 것으로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책임져야 할 절도 행위지만, ‘훔쳐오기’는 표절을 뛰어넘는 작품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유희열이 사카모토 류이치의 작품을 뛰어넘는 곡을 선보였다면 이런 논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듯하다.

정혁준 문화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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