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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윤석열-이재명, 여의도에서 겨뤄라

등록 2022-09-21 18:24수정 2022-09-22 02:41

윤석열 대통령(왼쪽 사진)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왼쪽 사진)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공동취재사진

[편집국에서] 황준범 | 정치부장

대선 끝난 지 6개월이 넘었지만, 여야를 보면 아직도 대선 같다.

국민의힘은 ‘해수부 공무원 피격 사건 티에프(TF)’와 ‘국가안보문란 실태조사 티에프’에 이어 ‘태양광비리 진상규명 특별위원회’까지 꾸려 문재인 정부를 파헤치고 있다. 검경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 의혹과 성남에프시(FC) 후원금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을 전방위적으로 수사하고 있으며, 국민의힘은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며 이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 대책위원회’를 설치해 맞서는 한편 ‘대통령실 의혹 진상규명단’을 꾸려 대통령실 이전과 관저공사 특혜 수주 의혹 등을 조준하고 있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과 허위경력 의혹 등을 규명할 특검 법안도 당론으로 발의했다. 윤 정부 첫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여야는 서로 이재명 대표와 문재인 정부, 김건희 여사를 집중 공격했다.

여야가 대선 한복판처럼 극단 대결로 치닫는 것은 초박빙 대선 승부 뒤 5개월여 만에 윤석열과 이재명이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로 다시 마주 서면서 예견된 일이다.

극한 대치 와중에 더 많은 무능과 혼란을 드러내는 쪽은 윤 대통령이다. 유시민 작가가 비유했듯이, 윤 대통령은 도자기박물관에 들어선 코끼리처럼 악의 없이 몸을 움직여도 와장창 소리가 난다. 윤 대통령이 무얼 하겠다는 것인지 국민은 아직 잘 모른다. 이라크 파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가보안법 폐지, 4대강 사업, 국정 역사교과서,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 전임 정부들에 있었던 굵직한 정책적 논쟁이 이 정부에는 없다. 밥 자리 화제는 단연 김건희 여사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민주당을 비판하며 쓴 “기승전희(김건희)”라는 표현은 현실을 제대로 짚은 것이다.

민주당은 어떤가. 윤 대통령이 난맥상을 거듭하고 국민의힘이 ‘윤핵관’ 논란과 이준석 쫓아내기 수렁에서 몇달을 허우적대는데도 민심은 민주당으로 가지 않았다. 민주당 지지도는 이재명 대표 선출(8월28일)에 따른 컨벤션 효과도 못 누리고 하락세다. 8월 첫주 39%에서 9월 셋째 주 31%로 떨어졌다.(한국갤럽 조사 기준) 같은 기간 국민의힘은 34%에서 38%로 올랐다. 민주당이 반사이익도 못 챙기는 건 국민이 보기에 정부·여당에 견줘 나을 게 별로 없다는 얘기다.

새 대표를 맞은 민주당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정부·여당을 견제하며 차기 총선·대선 승리를 이뤄낼지를 보여줘야 하지만, 당 전체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기에 바쁘다. 분명한 정책 방향성을 국민에게 각인시키기에 앞서 김건희 특검부터 꺼내 들었다. 생산성 떨어지는 정치 공방 속에 “여당을 봐도 야당을 봐도 희망이 안 보인다”는 탄식이 양쪽 지지층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다행히 입으로 ‘민생’을 외쳐온 여야가 정기국회가 본격화하면서 구체적인 입법계획을 제시하며 경쟁 채비를 하고 있다. 민주당은 노동자 쟁의행위에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비롯해 쌀값정상화법(양곡관리법 개정안), 기초연금 확대법, 출산보육·아동수당 확대법, 가계부채대책 3법, 납품단가연동제법, 장애인 국가책임제법 등 7개 민생·복지 법안을 중점 과제로 선정했다. 국민의힘도 임대주택 운영에 필요한 공동관리비를 국가가 지원하는 장기공공임대주택법을 비롯해 종합부동산세·법인세 완화법, 반도체특별법 등을 주요 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법안 네이밍이나 홍보에 있어 야당에 비해 뒤처진다는 지적이 있다”며 내부를 다잡기도 했다. 여야가 충돌할 법안이 여럿이지만, 납품단가연동제법처럼 견해차가 크지 않은 것도 있다.

‘이재명 지키기’ 대 ‘김건희 지키기’라는 무한대결은 흥미로울 수 있지만 동시에 정치 혐오와 냉소를 키운다. 이 가을에는 여야가 누가 더 국민의 삶을 잘 보듬는지 국회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장면을 자주 봤으면 좋겠다. “민생이다” “포퓰리즘이다” 논쟁도 장내에서 뜨겁게 벌이면 된다. 개인을 표적으로 하는 ‘비호감’ 경쟁은 지난 대선으로 충분하다.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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