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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연쇄살인에 희생된 ‘베르사체 왕국’의 창시자

등록 2022-12-01 18:57수정 2022-12-01 19:19

[나는 역사다] 잔니 베르사체(1946~1997)

1946년 12월2일 이탈리아 칼라브리아주(장화 모양 지도의 앞코 지역이다)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옷 짓는 일을 했다. 고급 브랜드 옷을 카피하는 일이었다. 잔니 베르사체는 어려서 어머니 일을 보고 배웠다. 자라서 패션디자인을 했다. 남매를 모아 회사를 차렸다. 가족의 사업을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 만들었다.

전통과 현대를 버무려 도발적인 디자인을 했다. “나는 역사가 풍부한 땅에서 난 사람이다.” 베르사체는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 “역사에 관한 지식은 사물을 그대로 볼 수 있게 해준다”고도 했다. 요란하다 싶을 정도로 화려하면서도 세련됨을 잃지 않은 디자인은 그 덕분일 것이다. 잔니의 누이 도나텔라 베르사체는 “이탈리아의 전통이 베르사체의 모든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유명인에게만 옷을 제공하기를 원한다”는 잔니 베르사체의 말을, 나는 마케팅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엘턴 존, 마돈나, 다이애나 왕세자비 같은 유명인사와 친하게 지낸 것도 자기네 옷을 대중에게 널리 보이기 위해서 아니었을까. 나오미 캠벨과 신디 크로퍼드 같은 몸값 높은 슈퍼모델을 패션쇼에 세워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잔니 베르사체는 퀴어였다. 남성 모델인 안토니오 다미코와 함께 살며,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공공연하게 드러냈다. 20세기 말, 동성애에 편견이 많던 시절 의미있는 일이었으리라.

베르사체의 화려한 삶은 질투의 표적이 됐다. 좌절감 가득한 청년 앤드루 커내넌은 연쇄살인자였다. 그 자신이 게이였는데, 게이를 노려 살해했다. 베르사체는 다섯번째 희생자였다. 1997년 7월15일, 베르사체의 근사한 자택 앞에 숨어 있다가, 베르사체가 아침 산책을 마치고 신문을 사 들고 들어올 때 뒤통수에 대고 총을 쏘았다. 며칠 뒤 자기 목숨을 끊었기 때문에 커내넌의 정확한 동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숱한 음모론이 이어진 이유다.

베르사체가 죽은 뒤 브랜드는 위기를 맞는다. 한때 매출이 절반으로 깎이기도 했다. 회사는 얼마 뒤 미국 회사에 팔렸지만, 디자인을 맡은 것은 여전히 그의 누이 도나텔라 베르사체였다. 우여곡절은 있었어도 세계적 명품이라는 브랜드는 여전하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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