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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성탄절 열흘 뒤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착한 마녀

등록 2022-12-22 18:46수정 2022-12-22 18:54

[나는 역사다] 이탈리아의 베파나 전설(1월6일 전날 밤)

베파나는 착한 마녀 할머니다. 여느 때처럼 빗자루를 들고 집을 치우던 참에, 낯선 사람들이 나타나 “신의 아이가 태어났다고 하는데, 그곳이 어딘지 알려달라”고 했다. 베파나도 몰랐다. 그래도 낯선 방문객을 친절히 대접해줬다.

찾아온 사람들의 정체는 동방박사였다. 함께 ‘신의 아이’를 만나러 가자고 했다. “해야 할 집안일이 많다”며 베파나는 거절했고, 동방박사는 떠났다. 이튿날 베파나의 마음이 바뀌었다. 그 아이가 어떤 아이일지 궁금해졌다. 뒤늦게 쫓아갔으나 결국 동방박사도 아이도 만나지 못했다.

이탈리아 전설에 따르면, 베파나는 오늘날까지도 그 아이를 찾고 있다. 1월5일 밤이면 빗자루를 타고 세상을 돌아다니며, 어린아이가 있는 집마다 들러 “이 아이가 ‘신의 아이’인가” 확인한다는 것이다.

다른 이야기도 있다. 베파나는 아이를 잃은 엄마인데, 너무 큰 슬픔에 미치고 말았다. ‘신의 아이’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듣자 그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선물을 들고 아이를 찾아 나선 것이라고 한다. 결국 베파나는 세상 모든 아이의 엄마가 되어, 해마다 아이들을 챙긴다는 이야기다.

베파나는 벽에 걸린 양말 안에 선물을 두고 간다. 착한 아이에게는 사탕을 주고, 못된 아이에게는 석탄 한 덩이를 준다. 그런데 어떤 아이도 일년 내내 착하게 살지는 않기 때문에 요즘은 많은 아이가 과자와 함께 ‘석탄’을 받는다나. 그래도 걱정 마시길. 진짜 석탄이 아니라, 캐러멜로 거뭇하게 색을 입힌 달콤한 ‘석탄 사탕’을 두고 간다니 말이다.

산타클로스와 세가지 점이 다르다. 12월25일 성탄절 전야가 아니라 동방박사가 아기 예수를 찾아간 1월6일 전날 밤에 나타난다는 점, 순록이 끄는 썰매 대신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닌다는 점, 텁수룩한 할아버지가 아니라 여성이라는 점. 어른을 위한 ‘선물’도 있다. 들고 다니는 빗자루로 바닥을 쓸어 주고 간단다. 그러면 한 해 동안 묵은 집안의 우환이 사라진다나. 이탈리아 사람들은 추운 겨울날 선물을 들고 하늘을 날아온 베파나가 몸을 녹이고 가라고, 1월5일 잠들기 전에 와인 한잔을 식탁 위에 따라 둔다고 한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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