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중국 ‘정찰 풍선’ 작전 실패가 가져온 것 [유레카]

등록 2023-02-12 15:31수정 2023-02-13 18:21

미국과 중국의 ‘정찰 풍선 전쟁’이 위태롭게 부풀어 오르고 있다. 버스 3대 크기의 거대한 흰 풍선이 미국을 동서로 횡단해 4일 대서양 상공에서 격추되는 모습은 미국인들의 머리에 ‘중국 위협’의 생생한 상징으로 각인되었다. 미국 전투기들은 10일과 11일에도 알래스카와 캐나다 상공에서 또다른 ‘미확인’ 고고도 물체들을 잇따라 격추했다.

중국은 2010년대부터 지구 표면으로부터 19~96km 고도의 근우주(near space)에서 정찰 활동을 하기 위한 고고도 풍선과 성층권 비행선 프로그램을 중국과학원, 인민해방군 등에서 진행해왔다. 그동안 중국 관영언론에도 이와 관련한 보도가 적지 않게 나왔다. 500기가 넘는 첨단 위성을 운영하는 중국이 왜 냉전시대 유물인 정찰 풍선을 운영할까. 비용이 저렴하고,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으며, 목표물 위에 장시간 머무르며 정찰할 수 있다는 점 등이 거론된다. 미중 모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치열한 정보전을 벌이고 있음은 물론이다.

문제는 중국이 하필 왜 이 시기에 대담하게 미국 영공을 침범해 정찰 풍선을 띄웠느냐다. 지난해 말 시진핑 주석이 3연임을 한 직후부터 중국은 미중관계를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공들여 준비한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은 정찰 풍선 때문에 물거품이 되었다. ‘미중관계 개선에 반대하는 중국 군 내부 강경파가 시 주석 몰래 벌인 일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지만, 시진핑 주석의 공고한 권력과 군에 대한 통제력을 고려하면 그 가능성은 낮다.

풍선이 ‘오작동’을 일으켰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이 높다. 중국이 훨씬 높은 고도에서 정찰 활동을 하도록 풍선들을 설계·운영해왔는데, 이번에 문제가 생겨 정상고도보다 낮게 비행하다가 ‘발각’되었다는 것이다. 싱크탱크인 마라톤 이니셔티브의 윌리엄 킴은 <아에프페>(AFP) 통신에 “중국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대기질 등에 따라 자동으로 고도를 조정하도록 기구를 운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래는 지상으로부터 20~30㎞ 고도에서 운영되어야 하는데, 이번 정찰 풍선은 약 14㎞ 고도에서 움직였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작전 실패’로 궁지에 몰렸다. 미국은 중국이 수십년 동안 전세계에서 벌여온 비밀 감시 프로그램의 일부라며, 한국을 비롯해 40개국에 중국의 기구 정찰 활동에 대해 브리핑했다. ‘반중국 동맹’ 전선 강화다. 중국은 “민간회사의 관측 기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군사용임을 보여주는 증거가 너무 많이 드러났다. 체면이 깎인 중국은 “미국이 과잉대응한다”, “정보전을 벌이고 있다”고 반발하면서도, 애국주의 여론이 과도하게 분출하지 않도록 인터넷을 통제하고 있다. 중국은 사건의 여파를 관리하면서, 대화 재개의 시점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바이든과 시진핑 모두 계속 풍선으로 싸우고 있기에는 대만·우크라이나·경제·핵무기 통제 등 해결해야할 숙제가 많다. 하지만, 미국 정치권과 여론에선 냉전시대 소련에 대한 ‘적색공포’를 떠올리게 하는 반중 강경론이 들끓고 있다. 중국 강경 애국주의 여론의 향방도 미지수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과연 방중 일정을 다시 잡을 수 있을까.

박민희 논설위원 minggu@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귀족부인 앞에 무릎 꿇은 사법 1.

귀족부인 앞에 무릎 꿇은 사법

[사설] ‘저가 논란’ 체코 원전 수주전, ‘원전 르네상스’ 맹신 말아야 2.

[사설] ‘저가 논란’ 체코 원전 수주전, ‘원전 르네상스’ 맹신 말아야

[유레카] 홍명보 감독과 스포츠 정치 3.

[유레카] 홍명보 감독과 스포츠 정치

[사설] ‘대통령 독대 요청’ 한동훈 대표, 실질적 성과 끌어내야 4.

[사설] ‘대통령 독대 요청’ 한동훈 대표, 실질적 성과 끌어내야

잔소리 공화국의 엇박자 [뉴노멀-혁신] 5.

잔소리 공화국의 엇박자 [뉴노멀-혁신]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