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뉴스레터 H:730 두번째 시즌 3월20일치 갈무리.
[편집국에서] 박현철 | 서비스총괄
매주 월~금요일 아침에 찾아가는 <한겨레> 뉴스레터 H:730이 지난 3월20일부터 두번째 시즌을 시작했습니다. 기존에 편집국 부국장과 부장들이 쓰던 ‘레터를 여는 글’을 현장 기자들이 맡았습니다. 자연스레 필자들 평균 연령이 내려갔습니다. 레터 독자의 70% 이상인 2030 독자들과 좀 더 공감하기 위함입니다.
디자인도 손을 봤습니다. 검은색과 회색 같은 무채색 위주로 분위기를 바꿔봤습니다. 주황색이던 메인 색을 노란색으로 바꾸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가장 큰 변화는 글자 크기일 텐데요. 제목부터 본문까지 글자 크기를 키웠습니다. 곳곳에 여백을 넣어 빽빽한 느낌이 덜하게도 했고요.
독자 피드백이 모이는 공유문서를 끊임없이 ‘새로 고침’ 하며 반응을 기다렸습니다. 새 제품을 시장에 내놓은 뒤 시장 반응을 기다리는 마음이 딱 그럴 겁니다. 하루, 이틀 지나며 쌓이는 피드백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글씨가 너무 커져서 읽기 힘들어요.”
“새롭게 바뀐 뒤 핸드폰으로 보기에 훨씬 더 좋아졌어요.”
“노란색 바탕이 눈에 확 띕니다. 작은 변화가 즐거움을 주네요.”
“노란색이 눈을 사로잡아 집중이 흐트러져 불편해요.”
“회색 배경은 너무 튀고 글씨는 잘 보이지 않아요.”
“새로 바뀐 게 훨~~씬 나아요! 제발 바꾸지 마세요.”
‘바꾼 레터 디자인이 별로’라는 피드백이 오면 약속이나 한 듯 ‘바꿔서 좋다’는 피드백이, 또는 그 반대 순서로 반응들이 쌓였습니다. 마치 만족도 좌절도 하지 말라는 듯 말이죠. 일희일비를 거듭하던 뉴스레터 제작진은 ‘일희는 하되 일비는 하지 말자’고 다짐하고서야 겨우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개편했는데, 만족한다는 의견과 불만이라는 의견이 비슷하게 들어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니가 서비스를 알아?”
그즈음 다른 언론사 선배에게서 오랜만에 연락이 왔습니다. 최근 새 대표이사가 선임된 한겨레는 편집국을 뉴스룸국으로 바꾸고 뉴스총괄과 서비스총괄이라는 직책을 신설했는데, 그 소식을 다룬 뉴스를 본 모양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언론사 편집국이나 보도국에 ‘서비스’라는 단어가 포함된 직책과 부서는 아마도 처음 아닐까요? 본인이 기억하기에 서비스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 서비스총괄이란 직책을 맡았다니 좀 의아했나 보더군요. 이해합니다.
독자님에게 서비스란 무엇인가요? 우리는 서비스란 말을 평소에 자주 씁니다. ‘서비스직’ ‘서비스가 좋다, 나쁘다’ ‘서비스 좀 더 주세요’ ‘애프터서비스가 형편없네’ 등등. 이럴 때 서비스란 재화를 운반·배급하고, 고객을 돕는 행위, 또는 그렇게 해서 제공되는 이로움을 말합니다. 그럼 기자에게, 언론에 서비스는 무엇일까요?
일단 한겨레는 ‘뉴스를 운반하고, 독자가 뉴스를 이해하는 걸 돕는’ 차원으로 서비스를 시작하려 합니다. 그래서 뉴스서비스부와 프로덕트서비스부라는 두 부서를 뒀습니다. 죄송하게도 또 프로덕트라는 외래어가 등장하는데요. 상품, 제품을 뜻하는 프로덕트(product)가 요즘은 시장에서 사용자를 만족시키는 물건이나 시스템 전반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결국 뉴스를 서비스하는 부서와 프로덕트, 즉 뉴스 형태가 아닌 한겨레 콘텐츠(뉴스레터 같은 것이 될 수 있겠죠)를 서비스하는 부서란 뜻입니다.
간판만 번지르르한 것 아니냐고요? 그런 의심은 당연합니다. 독자에게 중요한 건 저희가 단 이름, 간판이 아니라 저희가 만들어 전달하는 결과물일 테니까요. 그래서 어쩌면 이번 한겨레의 조직 이름 변경은 한겨레 구성원들, 더 구체적으로는 그동안 서비스와는 거리가 멀었던 기자들을 위한 변화이자 다짐일 겁니다. 서비스라기보다 ‘서비스 정신’이 맞는 말일 수도 있겠네요. “이제 우린 서비스를 알아야 하고, 서비스 정신을 가져야 해”라는.
그럼에도 여전히 ‘그래서 서비스로 무장한 기사와 기자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선뜻 답하긴 어렵습니다. 딱 반반으로 나뉜 뉴스레터 독자들의 피드백에 서비스적으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도 난감합니다. 늦었지만 너무 느리지 않게 그 답들을 찾아보려 합니다. 독자님들도 함께해주세요.
fkcoo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