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역사다] 로즈웰 사건(1947~)
1947년은 미확인비행물체(UFO) 목격담이 많았던 해다. 미국 뉴멕시코주에서 수수께끼 물체의 잔해가 발견됐다. 7월7일, 로즈웰 기지에서 제시 마셀이라는 장교가 나와 물체를 수거했다. 이튿날 군은 ‘비행접시’를 가져갔다고 보도자료를 냈다가, 그날 늦게 부랴부랴 “비행접시가 아니라 기상 관측 풍선”이라고 정정했다. 여기까지가 로즈웰 사건에 관한 ‘팩트’의 전부다. 군은 실수를 바로잡은 걸까, 아니면 말을 뒤집은 걸까?
사람들은 이 사건을 잊었다. 그런데 1970년대 말, 제시 마셀이 입을 열었다. 그날 수거한 물건이 기상 관측 풍선이 아니라고, 지구의 물건이 아닌 것 같았다고 증언했다. 마셀의 아들 역시 그날 밤 아버지가 ‘신기한 물건’을 보여주었다고 회고했다. 이는 마셀 부자의 주장이다. 로즈웰 사건이 지금처럼 유명해진 것은 이때부터다.
1994년에야 해명이 나온다. 그때 미군은 소련의 핵실험을 탐지하는 ‘모굴’ 작전을 진행하던 중이었다고 했다. 첩보 장비 일부가 뉴멕시코에 떨어졌지만 극비 작전이었기 때문에 대중에게 해명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군의 뒤늦은 주장이다. 충분한 해명일까, 아니면 숨기는 것이 더 있을까?
수수께끼의 물체를 찾은 현장에 외계인의 주검도 있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1995년에는 외계인을 부검했다는 10여분짜리 영상이 세상에 나왔다(한국 공영방송에도 소개되었다). 코와 입이 작고 눈이 큰, 흔히들 상상하는 ‘그레이 외계인’의 모습이었다. 레이 샌틸리라는 영국의 영화제작자가 입수해 공개했는데, 그럴싸한 영상이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수상한 점이 많단다. 가짜 해부 영상이라는 것이 지금의 정설.
‘51구역’에 관한 음모론도 끊이지 않는다. 이곳은 미국 네바다주에 있는 군기지인데,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극비다. 비밀 무기를 실험하는 장소라고 수군댄다. 한술 더 떠 음모론을 펴는 호사가도 있다. 51구역에서 외계인을 부검했다는 주장인데, 확인할 길은 없다.
로즈웰과 그레이 외계인과 51구역은 대중의 상상을 자극하는 이름이 되었다. ‘현대의 신화’라는 의견도, ‘냉전이 일으킨 히스테리’라는 견해도 있다.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