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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한국경제, 경고음이 높게 울린다

등록 2023-08-06 14:03수정 2023-08-07 02:12

수출입 물품이 선적되고 하역되는 컨테이너 항만. 게티이미지코리아
수출입 물품이 선적되고 하역되는 컨테이너 항만. 게티이미지코리아

이봉현 | 경제사회연구원장 겸 논설위원

한국 경제에 저고도 경보음이 계속 울리고 있다. 기수를 신속히 들어 올리고 엔진의 출력을 올려야 눈앞의 산봉우리를 피할 텐데 양력이 좀체 붙질 않는다. 생산, 소비, 투자, 수출, 부채, 재정 등 주요 경제지표에 일제히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이런 일이 전임 정부에서 벌어졌다면 보수 신문과 경제지들에 ‘가루가 되도록’ 까였을 텐데, 윤석열 정부는 불공평하게도 기울어진 경제 저널리즘 덕을 보고 있다. 하지만 언론이 살살 다룬다고 현실이 부드러워지는 게 아니어서, “이젠 손들고 싶다”는 자영업자의 탄식과 “우리 경제 이대로 가면 큰일 난다”는 전문가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한국 경제는 쪼그라들고 뒷걸음질하고 있다. 한국이 유엔 기구에서 선진국으로 공식 인정된 게 2021년이다. 그 1년 전 한국의 경제규모는 세계 10위에 올라섰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처음 이탈리아를 추월했다. 이제 선진 7개국(G7)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는 자부심이 솟구쳤다. ‘눈떠보니 선진국’이란 말이 유행어가 됐다.

요즘은 ‘눈떠보니 도로 개발도상국’이라 한다. 지난해 우리 경제규모는 세계 13위를 기록해 2년간 유지하던 10위권에서 밀려났다. 1인당 지디피도 3만2142달러로 전년보다 8.2% 줄었다. 경제규모와 국민소득이 크게 줄어든 것은 원화 가치 하락이란 환율 변화 탓이 크지만, 화폐 가치는 한 나라 경제의 현재와 미래 성적표여서 우리 경제가 부진했다는 평가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세계는 코로나 압박을 털고 회복하는데 유독 한국은 수출과 제조업 부진으로 저성장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올 2분기 성장률은 0.6%로 1분기에 이어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민간·정부 소비와 투자가 일제히 줄어든 가운데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이 줄어(순수출의 기여) 가능했던 ‘불황형 성장’이었다. 애초 기대했던 ‘상저하고’가 아니라 ‘상저하저’(하반기에도 저성장 기조가 계속됨)가 될지 모른다는 걱정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 일본 및 유로존 대부분 나라의 성장률 전망을 높였으나 한국은 1.5%에서 1.4%로 낮췄다. 다섯번 연속 전망치를 낮춘 것인데, 1.4% 성장은 30년 불황을 겪고 회복되는 일본과 같은 것이다. 1962년 경제개발계획이 시작된 이래 아이엠에프 경제위기, 글로벌 경제위기, 코로나19 사태 같은 큰 위기를 빼고 성장이 이렇게 부진했던 때는 없었다.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경기침체가 성장의 발목을 잡는 게 사실이지만, 반도체 회복만 기다리기엔 우리 경제의 위기가 중층적이고 복합적이다. 글로벌 산업경쟁력 변화에 맞춰 무역 및 투자 전략을 재편해야 했으나 실기했다. 코로나 봉쇄를 풀고도 중국 경제가 시원찮은 가운데 대중 수출은 1년2개월째 줄어들었다. 한때 27%이던 수출 비중이 20% 아래로 내려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제주포럼에서 대중 수출 감소는 한국 기업의 경쟁력 약화 요인도 적지 않다며 “중국 특수에 10년 넘게 익숙해지고 좋은 단물이 있었기 때문에 ‘중국이 우리를 따라잡을 것’이란 생각을 못 했다”고 진단했다. 세계화 후퇴와 미-중 갈등으로 글로벌 분업체계와 공급망 구조가 요동치면서 우리 경제에 위험요인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만 해도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낸드플래시의 40%를, 하이닉스는 낸드의 33%, 디램의 50%를 생산하는데, 공정을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미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형편이다.

이렇게 비상 상황이기에 경제의 조종간을 잡은 정부·여당을 바라보는 것은 당연하다. 불행하게도 현 정부는 경제에 대한 비전과 전문성, 일관된 실행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부자감세’와 건전재정이라는 모순된 ‘화두’를 부여잡고 재정지출을 줄임으로써, 사그라지는 경기에 찬물을 뿌리는 게 한 예이다.

저성장이 고착화하기 전에 저출생·고령화 문제, 교육·연금·노동 개혁 같은 근본적인 구조변화와 성장동력 확충도 서둘러야 한다. 이런 것들은 폭넓은 국민의 동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일들이다.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도 손을 맞잡아야 하지만,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은 정부·여당의 몫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내년 4월 총선에 온 정신이 쏠려, 오늘은 어떤 기발한 말로 야당을 몰아세울지 골몰하는 미덥지 못한 모습이다. 말싸움 이겨도 경제가 더 가라앉으면 총선 ‘폭망’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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